버리시고
2012.02.20 02:21
내게도 아픈 추억 하나 생겼습니다 어디를 둘러 봐도 아니 계실 빈자리…너무 멀
리 떠나 와 따스한 밥 한 끼 제대로 해 드리지 못하고 살 없던 팔 다리 주물러 드리
지도 못하고 아, 다정한 말 한 마디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
을 떠나시는 아버지를 배웅한 나에게 불효자식이 짊어져야 하는 아픈 추억이 새겨
졌습니다 불효한 자식이 가장 많이 눈물을 흘린다는 말, 진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아
버지라는 말만 들어도 금새 눈물이 납니다 눈물은 나에게 주어지는 벌 입니다 어느
때고 달게 받을 것이겠지만 눈물은 또한 그리움이며 속죄이며 기다림입니다
중절모에 폼난 옷으로 거리를 다니시던 아버지는 언어를 버리면서 팔과 다리를 버
리시고 입을 버리시고 눈을 버리시고 코를 버리시고 숨을 버리시고 살을 버리시고
뼈를 버리시고 이제 한 줌 하얀 기억으로 바람처럼 가볍게 고향 땅 이천에서 언제까
지나 고즈넉하게 서녁 하늘을 바라보고 계실겁니다 진달래꽃 피는 따스한 봄에 가신
다더니 이천의 국립묘지엔 아버지를 반기 듯 천지가 온통 붉은 진달래 꽃이었습니다
무수히 반기는 아름다운 꽃 빛에 위로 받으실 아버지… 그 위로 저도 한 움큼 받아 멀리
다시 돌아 왔습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59 | 행복 | 안경라 | 2006.10.05 | 840 |
158 | 나무 밥상 | 안경라 | 2010.02.22 | 777 |
157 | PC쓰레기 처리 | 안경라 | 2012.09.21 | 746 |
156 | 모자를 쓰고 잠이 드셨네 | 안경라 | 2010.02.22 | 727 |
155 | 시인 | 안경라 | 2009.08.25 | 724 |
154 | 원주일지-곤드레밥- | 안경라 | 2007.05.22 | 694 |
153 | 엄마의 기도 | 안경라 | 2005.07.12 | 688 |
152 | 친구를 보내며 | 안경라 | 2012.09.21 | 656 |
151 | 해열 | 안경라 | 2009.08.25 | 646 |
150 | 낙엽 | 안경라 | 2009.11.25 | 645 |
149 | 원주일지 -방바닥- | 안경라 | 2009.06.11 | 637 |
148 | 천정에 불빛 한 줄기 | 안경라 | 2009.11.14 | 632 |
147 | 가을편지 | 안경라 | 2007.10.09 | 631 |
146 | 아직도 널 기다려 | 안경라 | 2012.09.21 | 624 |
145 | 세월이 약 | 안경라 | 2005.07.07 | 624 |
144 | 잊혀지는 유월 | 안경라 | 2006.06.01 | 618 |
143 | 지는 해 | 안경라 | 2006.09.21 | 614 |
142 | 바다가 꿈 꾸는 숲 | 안경라 | 2007.10.06 | 607 |
141 | 자네를 기다리고 있는 시인이 있네 | 안경라 | 2007.12.06 | 606 |
140 | 봄바람 | 안경라 | 2009.06.11 | 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