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2012.07.24 08:03
남가주에 잠깐 내리는 이 비가 흡족할 리는 없지만
며칠 전 엄마의 목소리 들었던 귀를 적시고 있다
한 뼘도 안 되는 귓볼 같은 터
혼자 사시는 엄마 집
뒷마당 축대가 무너져
큰오라버니 비 홀딱 맞고 고쳤다는 말
아들 고생시킨 것 같아 미안해 하시던
원주에 큰 비 내린 것도
땅 조금 꺼진 것도
모두 당신 탓인 듯 미안해 하시던
엄마 생신 지난 지 일주일 넘어
돈 얼마를 보내 드렸다
죄송해요… 아냐, 많이 바쁘지?
여름도 바빠서 비 오지 않다가
여름도 바쁘게 비 많이 오다가
그럴 때면 남편 없는 조그마한 땅 한 뼘
쩍쩍 갈라지다가 빗물 넘쳐 아예 눈물이 되다가
올해도 건너 뛰지 못한 고향의 장맛비
멀리 있는 딸 걱정 될까 귓볼만 살짝 적시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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