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2006.06.18 08:35

이창순 조회 수:298 추천:13

월드컵이 시작되기 오래 전부터 한국은 어느 나라 못지않게 열을 올리고 있었고, 토고를 2대 1로 이긴 후로는 한국인 모두가 "정상"에 올라가 있는 듯 싶습니다. 저도 맘 졸이며 첫 번 경기를 보다가 역전승을 이겼을 때 그 감격은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국일보에서 아래와 같은 글을 발견하고 동감하는 바가 많아서 여기에 소개합니다. 이 글을 쓴 기자의 눈은 현실을 직시하며 뭔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제목: (축구와 국력) 리우 데 자네이루는 나폴리, 시드니와 함께 3대 미항의 하나로 꼽히는 도시다. 거대한 예수상이 있는 코르코바도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리우의 모습은 절경 그 자체다.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 해변의 곱고 새하얀 모래밭, 그 옆에 오뚝이처럼 솟아있는 슈가로프 마운틴. 보사노바나 삼바 음악속에 이름조차 모를 열대 과일이 곁들여진 칵테일을 먹으며 이 경치를 보는 것은 죽기 전에 한번은 꼭 해봐야 할 경험이다. 그러나 이런 낭만적인 풍경느 리우의 한 면에 불과하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살인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대낮에도 관광객의 금품을 터는 강도들이 활개친다. 리우의 관광 명소에서 불과 몇 블럭 떨어진 곳에서 역시 세계적으로 이름난 빈민촌 파벨라가 있다. 몇 년 전 아바나 필름 페스티벌에서 우수상을 받은 '신의 도시(City of God)'란 영화를 보면 이 도시의 또 다른 실상을 볼 수 있다.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이 도시 빈민촌이 어떻게 악화되어 왔는지를 너무나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동네 아이들은 10살도 되기 전부터 전쟁놀이를 한다. 말이 '놀이'지 놀이가 아니다. 이들이 든 총은 진짜 총이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사람 죽이는데 이골이 난 이들은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 전혀없다. 60~80 년대는 브라질이 축구 강국으로 자리를 굳힌 시절이기도 하다. 1958 년 펠레의 등장과 함께 첫 월드컵 우승을 기록한 브라질은 그 후 다섯 차례 우승컵을 거머 쥐면서 독보적인 축구 강국의 위치를 구축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이 유력시된다. 브라질은 왜 축구를 잘 하느냐고 묻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 1억 8,000 만 국민이 틈만 나면, 빈 자리만 있으면 공을 차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축구를 못 하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하다. 그렇다고 브라질을 선진국이나 강국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만성적인 범죄, 걸핏하면 1,000% 가 넘는 인플레, 최악의 AIDS 감열율, 극심한 빈부격차 등 사회적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국민들의 제일 관심사는 여전히 축구다. 물론 축구 때문에 나라가 그렇게 된 것은 아니고 오죽 답답하면 축구에 그렇게 미치겠는냐는 동정론도 있겠지만 거기 쏟는 정성의 일부를 사회문제 해결에 돌렸으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1930 년 첫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한 우루과이(그 후 한 번더 했다)나 브라질과 맞먹는 축구 강국 아르헨티나(두 번 우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제는 엉망이고 국민들 삶은 고단한데도 축구에만 목을 걸고 있다. 2030년 월드컵 100주년 기념 대회가 예정된 우루과이는 벌써부터 그 준비에 바쁘다고 한다. 한국 경제가 남미와 닮아간다는 경고는 오래 전에 나왔지만 축구에 관한 한은 이미 남미를 추월한 것 같다. 월드컵 4강은 축하하고 기대할 일이지만 그것을 위해 온 국민이 밤을 새고 직장 일을 팽개칠 정도의 사건일까. 미국은 월드컵 만년 꼴찌지만 그렇다고 후진국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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