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월호 월평

2007.04.02 17:06

도반 조회 수:295 추천:30

영라씨.
<<월간문학>> 2월호 월평입니다.
행복하소서!...^^


                            월간문학 2월호

                                                              

  꽃들의 잔치가 시작되는 4월이다. 지기와 천기로 커가는 야생화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향기를 바람결에 덧붙이는 봄이 된 것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 덕분으로 계절 구분 없이 꽃을 보고, 무지개 색을 장미 한 송이에 담아내는 찬탄할 만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자연 그대로 만한 게 있을까. 많은 꽃들이 한껏 기를 떨치는 4월이, 그래서 반갑다.
  근래 들어 수필이 전성기에 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수필가의 수적인 팽창을 말하는 것인지 작품의 수준을 나타내는 것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 역시 봄꽃을 보는 것만큼이나 듣기 좋다. 적은 것보다는 많은 작가나 좋은 작품들 중에서 최고를 찾아내는 재미를 독자들이 누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다.
  2월호에는 여행 후기, 칼럼 형식, 경어체로 쓴 작품, 내면의 심사 등등을 다룬 19편의 글들이 실렸다. 대부분 편한 마음으로 읽었지만 작가의 연세를 추측할 수 있는 글이 3분의 1이어서 일각에서 말하는 ‘수필은 노년의 문학’이라는 말에 동화될 뻔했다. 자신의 삶을 그려내는 것이 수필의 한 부분이라 해도 문향보다 나이가 먼저 읽혀 아쉬움이 남아서 하는 말이다.
  김병권의 <행복과 불행의 엇박자>는 노련하다. 일본에서 특집으로 본 미소라 히바리라는  여가수의 삶을 전면에 놓고, 작가 주변 사람들의 인생사를 그림자로 붙여 짝꿍 같은 인간사 행불행을 능숙하게 표현했다.
  뛰어난 실력으로 명예와 부를 얻어 부러울 게 없던 미소라 히바리. 그러나 이혼과 납치, 정성으로 보살펴주던 어머니의 타계와 두 동생의 죽음으로 외롭게 살다가 쉰하나의 나이로 죽은 불행한 여인. 그녀의 인생이 작가의 필력으로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더 극적으로 펼쳐진다. 이래서 펜의 힘이 강하다고, 아니 묘미가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한때 부러워했던 사람들의 몰락과 ‘왕자의 난’이라 불렸던 재벌 가의 싸움을 적절히 안배해서 글의 범위를 확대한 것도 격이 있고, 행복과 불행의 엇박자를 설명한 감초가 되었다. 군데군데 적당히 놓인 속담과 인용도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문장을 다듬는데 일조 했다. 많은 글을 써온 힘, 그것이 한눈에 보인다.
  정이수의 <희망 25시>는 가볍게 마음에 안긴다. 알다시피 인터넷만 열면 필요한 정보는 얼마든지 구한다. 웬만한 앎은 키보드에서 손가락의 움직임을 게을리하나 안 하나에 달려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지식으로 무장하거나 철학적인 표현보다는 편한 문장이 질리지 않는다. 쉽고 메시지가 담백한 이 글이, 바로 그렇다.
  “올해 대운이 들었어. 하는 일마다 막힘이 없고, 도와주는 사람도 있으니, 기회를 놓치지 마.” 우연히 찻집에서 기독교 신자의 신분도 잊은 채 기분 좋게 들었다는 관상쟁이의 말을 시작으로, 남편의 사주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글은 재미도 있다.
  25시, 현실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 그 속엔 관상쟁이의 말을 미신이 아니라 희망의 끈으로 가까운 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고운 마음이 들어있다. 그러기에 절망과 욕망을 아우르는 아름다운 시간, 희망의 25시가 되는 것이다.
  
  작품들을 읽으며 쓰는 이와 읽는 이를 생각했다. 사랑, 감동, 세련, 깊이란 단어도 떠올렸다. 몇 편이나 느낌을 공유할까 생각하다 책을 덮었다. 충만과 아쉬움, 두 단어가 책을 비집고 나와 가슴 한 켠을 흔든다.  


정순인(한국수필문학가 협회 이사. 에세이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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