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3월호 월평

2007.05.10 12:26

도반 조회 수:161 추천:31

  영라씨!
<<에세이플러스>> 5월호에 실린 월평 올립니다.
젊지만,
그래도 건강 챙기면서 활동하길!~~^.~


                              월간문학 3월호


  수필 한 편을 읽는 데 5분 정도 걸린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원고지 12매 정도의 분량이면 그 속도가 보통이다. 하지만 쓰는 것은 어디 그런가. 짧은 글이라 해도 찾아낸 소재에 주제를 심고 감성이나 지성을 적절히 섞어야 되니 딱히 시간이 정해지지 않는다. 쉽게 풀리면 앉은자리에서 한 편을 완성하지만 뒤엉키면 물 흐르듯 가버리는 게 시간이니 말이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면야 해당이 안되는 이야기지만 평범한 작가에겐 때로는 머리에 지진이 나고, 기생 황진이 옷고름 못 풀어 안달난 한량들처럼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게 쓰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토록 까다롭고 힘든 수필을 발표할 때 조그만 더 주위를 기울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작품이 있다. 3월호에 실린 몇몇 작품도 예외가 아니었다. 게재된 10편 중에는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가 제대로 사용되지 않아 글의 흐름이 이상해진 것이 있었다. 몰라서 그랬다기보다는 자신감이 넘쳐서 생긴 실수인 듯 하여 아까운 마음이 새록새록하다.
  성낙수의 <景山公園에서 옛일을 생각하며>는 중국 북경에 있는 경산 공원을 보고 쓴 여행기다. 그렇다고 여정을 장황하게 썼다거나 여가를 즐기는 풍류가 아니라 경산을 보면서 중국의 지배를 받던 과거의 역사로 돌아가 선조들의 수난을 찬찬히 되짚었다.
  왕이 죽으면 중국의 허락이 있어야만 차기 왕이 보위에 올라갈 수 있었던 작은 땅, 우리나라. 그러나 이제는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 되어 대중문화를 전파하고 그들에게 농촌의 현대화를 전수해줄 정도의 기술을 갖고 있다. 올림픽, 아시안 게임, 월드컵은 이미 치렀고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저력도 있다. 이정도면 관광지가 된 자금성을 내려다보며 과거사를 생각하는 작가의 감회가 남다를 만하지 않겠는가.
  수필의 정갈한 맛은 없지만 나라를 생각하는 국민으로서의 의식이 있는 이 글은, 점차 경제가 탄탄해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바람까지 표현해 공감이 간다.
  曺孝鉉의<항아리 속의 눈먼 수탉>은 ‘설중매 한 가지 운치있게 늘어진 아래로 한 쌍의 닭이 한가로이 노니는 그림. 아무래도 이것은 도예에 숙달된 장인과 서화에 능한 화가의 합작일거라 싶어’ 달라는 대로 값을 주고 노점에서 산 백자 항아리가 소재인데 풀어낸 기법이 멋스럽다.
  몇 년 동안 거실에 놓고 애지중지 하던 어느 날, 그림 속의 수탉이 눈을 감고 있는 걸 발견한 후 갖게 된 혼란스런 심사가, 오선지에 그려 논 음표인 듯 리듬을 타고 움직이니 읽는 게 흥미롭기 그지없다. 게다가 안료의 농도를 못 맞춰거나, 붓놀림의 실수로 눈동자가 뭉개졌을 게 틀림없는 그림을 ‘백설 위로 쏟아지는 햇살에 부셔 뜨지 못하는 눈을 그린 것이거나, 아니면 나른한 봄볕에 몰려오는 졸음에 겨워 감겨진 눈을 그렸거나, 그도 아니면 암수 내외간에 금방 나눈 운우지정의 여쾌(餘快)로 찡그려진 눈을 그렇게 그린 것일지도 모를 일’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니 이 또한 주제인 마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제대로 살린 게 아닐까 한다.
  이 글은 정장 입은 노신사만 보다가 힙합바지 입은 청년을 보는 듯 경쾌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다고 한문을 너무 자주, 많이 사용한 게 흠이라면 흠이다.
  이번 호는 폭 넓은 안목을 느낄 수 있는 소재가 뚜렷한 작품이 여러 편 있었다. 작가들의 행복한 글쓰기를 빈다.


정순인(한국수필문학가 협회 이사. 에세이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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