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 11시 지나 영원히 잠드시다.
뾰족한 부리 하나 가슴을 콕콕 찌른다.
혀는 마르는데 눈가는 왜이리 축축한가.


맛과 멋/피천득

맛은 감각적이요, 멋은 정서적이다.
맛은 적극적이요, 멋은 은근하다.
맛은 생리를 필요로 하고, 멋은 교양을 필요로 한다.
맛은 정확성에 있고, 멋은 파격이 있다.
맛은 그때뿐이요, 멋은 여운이 있다.
맛은 얕고, 멋은 깊다.
맛은 현실적이요, 멋은 이상적이다.
정욕 생활은 맛이요, 플라토닉 사랑은 멋이다.
그러나 맛과 멋은 반대어는 아니다. 사실 그 어원은
같을지도 모른다. 맛있는 것의 반대는 맛없는 것이고,
멋있는 것의 반대는 멋없는 것이지 멋과 맛이 반대되는
것은 아니다.
맛과 멋은 리얼과 낭만과 같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맛만 있으면 그만인 사람도 있고, 맛이 없더라도
멋만 있으면 사는 사람이 있다.
맛은 몸소 체험을 해야 하지만, 멋은 바라보기만 해도 된
다.
맛에 지치기 쉬운 나는 멋을 위하여 살아간다.


맛있게 멋을 위하여 살다 가신 故금아 선생님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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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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