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도연명

2010.02.02 08:12

박영숙 조회 수:1565 추천:149

귀거래사- 도연명


          이제고향으로 돌아가리라. 고향집에는 잡초만 무성하니,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이미 마음은 몸의 종이 되었으니, 어찌 가만히 앉아 홀로 슬퍼만 하랴.


          지난 일은 되돌릴수 없는것, 닥쳐올 일만 열심히 하겠노라.

          실로 길을 잃어 멀리까지 헤매이지는 않았으니, 지금의 생각은 옳고,

          어제까지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도다.


          배는 가볍게 물 위를 지나고, 바람은 옷자락을 날리는구나.

          나그네에게 길을 물어 가노니, 새벽빛 희미함만 한스러워라.


          이제 지붕을 쳐다보고야 기쁜 마음에 내 집으로 달려가니

          하인은 나를 반겨 맞이하고, 어린 아들은 문에서 기다린다.


          뜰마다 황폐한데 국화와 소나무는 아직 남아 있도다.

          어린 것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가니 술통에는 술이 가득하도다.


           술병을 가져다 스스로 따라 마시며 뜰의 나뭇가지를 바라보니, 마음은

           흥쾌하기만 하다.

           남창에 기대어 앉으니 방은 좁아 몸은 불편해도 평안함을 알겠도다.


           나날이 뜰을 산책하니 언제나 아취 있는 전망을 이루고 있고, 문은

           달아놓았으되 늘 닫긴 채 그대로다. 지팡이로 늙은 몸을 의지하여 거닐다가

            마음대로 쉬고, 때로는 머리 들고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은 무심히 산골짝을 돌아나오고, 새는 날다 지치면 다시 돌아 올 줄

           아는구나. 햇빛은 뉘엿뉘엿 서쪽으로 기우는데, 나는 외로이 소나무만

           어루만지며 그 주위를 돌고 있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이제부터 홀로 살아가리라.

            세상과 이 몸은 인연이 없으니 다시 무엇을 찾아 세상을 다닐 것이냐.


            친척들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과 독서를 즐기며 마음을 달래리라.

            농부가 와서 나에게 봄이 온 것을 알리니, 장차 서쪽 밭에 일 나가야 하겠구나.


            때로는 달구지를 몰고, 때로는 작은 배를 저어

            저 구불구불한 깊은 골짜기를 찾아가고, 또는 높고 낮은 험중한 산을 타며

            산수의 경치를 즐기리.


            나무들은 기꺼이 생기를 얻어 꽃이 피려하고, 샘은 용솟음쳐 물이 넘쳐

            흐르도다.  만물은 때를 얻어 즐기는데, 나의 생명은 갈수록 끝이 남을

           느끼게 되는구나.


           족하도다. 어차피 한 번은 죽어야 할 목숨이도다.

           어찌 가고 머무는 것을 마음에 맡기고 자연에 맡기지 않으려는가.

            어찌 수선피우며 떠나고자 하는가.


            부귀는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며, 신선의 나라 또한 기약할 수 없는것.

            좋은 때에 홀로 거닐며, 때로는 지팡이를 놓고 밭을 김매고 잡초를 뽑으리라.


           동쪽 언덕에 올라 마음껏 외치며 노래 부르고 깨끗한 물에서 시를 짓는다.

           기꺼이 자연을 살다가 기꺼이 돌아가니 그 천명(天命)을 다하면 그만이었지

           다시 무엇을 의심하랴 


                  *임어당- <생활의 발견>..에서 옮김... 도연명의 '귀거래사'는 서기 405년 11월, 태수의

자리를 물러나서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결심하였을때, 그가 지은 <귀거래사(歸去來辭)>

(원주-이시는 賦(부)의 형식을 취하고 성서의 <시편>처럼 평행체로 진행한다.

때로는 韻(운)이 붙는다.)에 표현되어 있는 정신은 참으로 위대한 인생애(人生愛)이다
[출처]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작성자 ctpark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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