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6 01:30 | 김삿갓 방랑기

                                     
56. 梅花의 고향 鐘城에서 (2)


김삿갓은 주모의 말대로 향교 뒤에 있는 매화의 집을 찾아 갔다. 날은 어느덧 저물어오는데 초라하기 짝이 없는 그 집에서는 난데없는 거문고 소리가 들려오고 있지 않는가. 가만히 들어보니 採藻曲이 분명하였다.

그 옛날 매화가 歸薺曲을 즐겨 불렀던 일이 불현듯 머리에 떠올라 감회가 새삼스러웠다. 잠시 후면 꿈에 그리던 매화를 직접 만날 수 있겠기에 재회의 감격을 그려 보며 다음과 같은 시를 한 수 읊었다.

     헤어져 있었기로 옛정을 잊을쏘냐.

     너도 늙었겠지만 내 머리도 세었노라

     거울 빛은 차갑고 봄기운은 적적한데

     소식 끊긴 지 오래 달빛조차 막막하구나.

     一從別後豈堪忘

     汝骨爲粉我首霜

     鸞鏡影寒春寂寂

     風簫音斷月茫茫

     지난날은 귀제곡 즐겨 부르더니

     지금은 헛되이 채조곡이 웬 말이냐

     어딘지 간 곳 몰라 만나 보기 어렵다가

     이제야 거름 멈추고 들꽃 향기 즐기노라.

     早今衛北歸薺曲

     虛負周南採藻曲

     舊路無痕難再訪

     停車坐愛野花芳


김삿갓은 매화와의 재회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 와서 거문고 소리를 들어가며 시까지 읊었다. 이윽고 거문고 소리가 끊기자 김삿갓은 큰 기침을 하고 나서 사뭇 정겨운 목소리로 매화를 불렀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유튜브 박영숙영 영상'시모음' 박영숙영 2020.01.10 162
공지 박정희/ 외국학자들의 평가 박영숙영 2018.03.01 941
공지 AP종군기자의 사진을 통해 다시 보는 1950~53년 韓國戰爭 박영숙영 2015.07.26 2182
공지 박정희 대통령의 시 모음 박영숙영 2015.07.06 1674
공지 이순신 장군의 어록 박영숙영 2013.02.22 1600
공지 세계의 냉정한 평가 ㅡ박정희 박영숙영 2012.03.14 866
공지 저작권 문제있음 알려주시면 곧 삭제하겠습니다. 박영숙영 2009.09.02 827
공지 슬픈역사 ,기억해야 할 자료들 박영숙 2009.01.26 963
공지 박정희 대통령의 명언 박영숙 2009.01.26 2729
공지 박정희와 맥도널드 더글라스사 중역의 증언 박영숙 2009.01.26 1298
157 대상과인식과정 박영숙영 2019.06.06 69
156 <'感興' 중 - 白居易> 박영숙영 2015.05.12 150
155 俊禪子(준선자) - 淸虛休靜(청허휴정) 박영숙영 2015.05.12 203
154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박영숙영 2014.06.16 217
153 집착하지 않는 삶 박영숙영 2014.09.07 237
152 홍성란 /바람불어 그리운 날 박영숙영 2014.05.07 241
151 도연명 陶淵明, 중국 晉나라 시인 박영숙영 2014.06.18 249
150 춘산에 / 우탁 박영숙영 2014.06.18 249
149 思齋 / <眞樂在閑居 金正國(1485~1541)> 박영숙영 2014.02.06 250
148 봄이 오면 산에 들에 /홍성란 박영숙영 2014.05.07 265
147 > 흰구름 걷히면 청산인 것을 < 박영숙영 2014.09.07 267
146 遣憂(견우) - 丁若鏞(정약용) 박영숙영 2014.02.06 288
145 그날이 오면 (심훈) 박영숙영 2019.04.04 289
144 따뜻한 슬픔 ...홍성란 박영숙영 2014.05.07 325
143 옛날 옛적의 귀한 이미지 자료 박영숙영 2016.04.09 329
142 신부/ 서정주 박영숙영 2014.05.08 360
141 족보의 의의 박영숙영 2011.11.08 376
140 꽃등/ 류시화 박영숙영 2015.06.14 377
139 짚신신고 이렇게도 못살았는데 박영숙영 2015.08.04 378
138 (녹이상제 살찌게 먹여) - 최 영 박영숙영 2013.02.22 390
137 不疎亦不親(불소역불친) 박영숙영 2014.02.06 401
136 이황의 풍물시/ 문경새재/ 한벽루/ 정약용/신경림 목계장터 박영숙영 2018.01.27 421
135 잊을 수 없는 일곱 명의 미국인들 박영숙영 2011.07.17 425
134 [전남 해남 '땅끝']/김지하 박영숙영 2012.01.21 426
133 冬夜(동야) - 金三宜堂(김삼의당) 박영숙영 2014.02.06 430
132 시조대상 수상작 모음/ 홍성란, 정수자 박영숙영 2014.05.07 435
131 퇴계가 두향에게 보냈다고 전해진 시 박영숙영 2015.05.12 436
130 낙서재(樂書齋) _ 고산 윤선도 박영숙영 2015.05.12 436
129 바다를 가르며(泛海 범해) _ 최치원 박영숙영 2015.05.12 440
128 靜坐然後知平日之氣浮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 박영숙영 2014.02.06 445
127 (한 손에 가시 쥐고)- 우 탁 박영숙영 2013.02.22 513
126 홍성란 /들길 따라서 박영숙영 2014.05.07 526
125 (강호에 봄이 드니) - 맹사성 박영숙영 2013.02.22 557
124 고사(古寺)" /조지훈 박영숙영 2014.05.08 572
123 견우의 오래 /서정주 박영숙영 2012.03.12 573
122 (이런들 어떠하며) - 이 황 박영숙영 2013.02.22 574
121 "不變(불변)" /학명선사 박영숙영 2014.02.06 575
120 아, 우리나라 국기, 태극기 [스크랩] 박영숙영 2016.06.20 575
119 국악의천재 박연/스크랩 박영숙 2010.02.14 586
118 나옹/ 목은 이색/이규보/ 정철/기대승과 이황의 동호 전별 시 화답시 박영숙영 2018.01.27 597
117 815, 60주년을 지나면서..(4) 박영숙 2010.08.27 598
» [스크랩] 김삿갓 (56) 梅花의 고향 鐘城에서 -2- 박영숙영 2010.12.15 602
115 님의침묵/한용운 박영숙영 2012.01.21 629
114 (샛별지자 종다리 떳다) - 김천택 박영숙영 2013.02.22 643
113 정선아리랑 박영숙영 2012.01.21 646
112 선죽교두혈 李滉 이황 1501~1570 박영숙영 2012.07.18 646
111 815, 60주년을 지나면서,,(2) 박영숙 2010.08.27 651
110 난중일기 /이순신장군 박영숙영 2010.11.30 667
109 [스크랩]박정희를 매도하는 자들 보아라! / 푸른벌판 박영숙 2009.11.23 668
108 [스크랩] 다락에/허난설 박영숙영 2010.11.30 668
107 [스크랩] 김삿갓 (55) 梅花의 고향 鐘城에서 -1- 박영숙영 2010.12.15 668
106 순국용사 추모가 박영숙 2008.08.21 671
105 [스크랩]말 잘하는 50가지 박영숙 2009.07.17 672
104 꿈같은 추억의 노래/이청조(송나라 최고의 여류시인) 박영숙영 2010.09.21 672
103 815, 60주년을 지나면서,,(3) 박영숙 2010.08.27 673
102 815, 60주년을 지나면서..(1) 박영숙 2010.08.27 674
101 껍대기는 가라 /신동엽 박영숙영 2012.03.12 676
100 (내해 좋다 하고) - 변계랑 박영숙영 2013.02.22 678
99 한국의 위인, 성웅 이순신 장군의 명언 박영숙영 2013.02.22 694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13
어제:
83
전체:
888,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