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침묵/한용운
2012.01.21 07:42
■ 님의 침묵
□ 혁명에 실패한 사내가 서릿발같은 한을 품고 설악산 오세암에 들었다. 좌절과 분노로
가슴은 황폐해져 털끝 만큼의 사랑도 남아있지 않았다. 초목처럼 살다가 들개처럼 쓰러져갈 것만
같은 사내였다. 이런 사내가 설악산의 품에 안겨 시를 쓰게된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 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 갔습니다.
□ 동학혁명이 무위로 돌아가자 만해는 설악에 숨어들어 오세암에 기거한다. 1896년이었다.
이후 10년간 오세암과 백담사를 오가며 한을 달랬다. 암울한 민족을, 장래를 생각하며
救國의 의지를 다진다. 그러다가 1905년 백담사에서 머리를 깍고 스님이 된다. 혁명에 실패
한 사내를 雪嶽은 걸출한 민족시인으로 거듭나게 한다.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나룻배 와 행인
나는 나룻배,
당신은 行人,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로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며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 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은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며 날마다 나마다 날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行人. (나룻배와 行人, 만해 한용운)
□ 백담사 안뜰에 세워진 만해 한용운의 시비, 백담사는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한사람인 만해 한용운(1879 - 1944)의 연작시집 '님의 침묵'을 쓴 장소이다. 한용운은 1879년
충남 홍성에서태어났다. 그의 본명은 유천(裕天)이었으나 27세에 불가(佛家)에 귀의하여
용운(龍雲)이란 법명을 받았다. 용대리에서 백담사에 이르는 20리 백담계곡은 담과 소(沼)가 되어
명경지수를 흘러내린다. 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은 내설악의 관문이며 오세암, 봉정암을
오르는 길이다.
□ 혁명에 실패한 사내가 서릿발같은 한을 품고 설악산 오세암에 들었다. 좌절과 분노로
가슴은 황폐해져 털끝 만큼의 사랑도 남아있지 않았다. 초목처럼 살다가 들개처럼 쓰러져갈 것만
같은 사내였다. 이런 사내가 설악산의 품에 안겨 시를 쓰게된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 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 갔습니다.
□ 동학혁명이 무위로 돌아가자 만해는 설악에 숨어들어 오세암에 기거한다. 1896년이었다.
이후 10년간 오세암과 백담사를 오가며 한을 달랬다. 암울한 민족을, 장래를 생각하며
救國의 의지를 다진다. 그러다가 1905년 백담사에서 머리를 깍고 스님이 된다. 혁명에 실패
한 사내를 雪嶽은 걸출한 민족시인으로 거듭나게 한다.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나룻배 와 행인
나는 나룻배,
당신은 行人,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로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며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 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은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며 날마다 나마다 날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行人. (나룻배와 行人, 만해 한용운)
□ 백담사 안뜰에 세워진 만해 한용운의 시비, 백담사는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한사람인 만해 한용운(1879 - 1944)의 연작시집 '님의 침묵'을 쓴 장소이다. 한용운은 1879년
충남 홍성에서태어났다. 그의 본명은 유천(裕天)이었으나 27세에 불가(佛家)에 귀의하여
용운(龍雲)이란 법명을 받았다. 용대리에서 백담사에 이르는 20리 백담계곡은 담과 소(沼)가 되어
명경지수를 흘러내린다. 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은 내설악의 관문이며 오세암, 봉정암을
오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