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 / 김남조

2012.03.12 22:56

박영숙영 조회 수:854 추천:101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海風)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성격 : 명상적, 회고적, 주지적, 상징적

◆ 심상 : '물(생성, 차가움)'과 '불(소멸, 뜨거움)'의 대립적 심상

◆ 표현 : 회상 시제 표현 → 감각적 체험을 시적 정서로 승화시켜 줌.

              자기 응시적 독백체

◆ 중요 시구

   * 겨울 바다 → 상징적 공간, 부재의 현실, 생성과 소멸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간

   * 인고의 물 → '부재의 현실'을 초극하려는 자아의 내면적 신념의 표상



◆ 주제 : 삶의 허무 극복 의지

           진실과 사랑에 대한 소망



[시상의 전개(구성)]

◆ 1∼3연 : 소멸의 공간, 허무의 현실

◆     4연  : 깨달음과 삶에 대한 긍정으로의 전환

◆ 5∼6연 : 허무의 극복을 위한 간구(주제)

◆ 7∼8연 : 현실의 고뇌를 극복하는 성숙한 의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소멸 이미지로서의 '불'과 생성 이미지로서의 '물'이 대립을 이루는 가운데, 이 시는 부정과 좌절, 대립과 갈등을 통해 깨달음과 긍정에 이르는 과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겨울 바다'의 소멸과 생성으로 대표되는 관념적이고 이중적(二重的)인 이미지와 물과 불의 대립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극적 긴장감을 환기시킨 다음, 수심 속의 물 기둥을 통한 초극 의지를 시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겨울'은 4계절의 끝으로 만물이 무(無)로 돌아간 때이지만, 한편으로는 만물이 재생하는 봄을 잉태하는 때이기도 한데, 이것이 바로 '겨울'이 갖는 모순의 이미지이다. 마찬가지로 '바다'도 물의 순환이 끝나는 종착지면서 동시에 시발지라는 모순의 이미지를 갖는다. 그러므로 '겨울 바다'는 죽음과 생성, 절망과 희망, 상실과 획득, 이별과 만남의 복합 이미지의 상징어가 된다.

시적 화자는 바로 그러한 이미지의 겨울 바다에서 '미지(未知)의 새'가 죽고 없음을 발견한다. '미지의 새'는 곧, 그 어떤 진실의 실체로 시적 자아가 체험하지 못한 성스러움을 표상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것이 상실된 겨울 바다는 죽음과 절망의 공간일 뿐이다. 그 때 살 속을 파고드는 매운 해풍까지 불어 대기에 그간 자신을 지켜 주고 지탱하게 했던 사랑마저도 실패로 끝나는 삶의 좌절을 체험하는 것이다. 절망적인 현실 공간에 매운 해풍이라는 현실적 고난이 닥쳐옴으로써 화자는 더욱 비극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삶의 고뇌에 몸부림치며 삶과 죽음 사이에서 선택의 갈등을 겪던 그는 사람은 누구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시간 속의 유한적(有限的) 존재라는 것과 지금 겪고 있는 괴로움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치유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통해 긍정적 삶을 인식하기에 이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삶에 대해 경건한 자세를 가지게 된 화자는 허무와 좌절을 이겨내기 위한 뜨거운 기도를 올리며 영혼의 부활을 소망한다. 그러므로 유한적 존재임을 분명히 자각하며 다시금 겨울 바다에 섰을 때, 그 곳은 이미 죽음의 공간이 아닌 소생의 공간이 되어 삶에 대한 뜨거운 의지가 커다란 물기둥같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 <양승준, 양승국 공저 [한국현대시 400선-이해와 감상]> -



이 시는 그 핵심이 물과 불의 긴장력 또는 부정과 긍정의 변증법에 놓여 있는 것이다. 삶이란, 사랑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생성과 소멸, 이성과 감성, 정열과 허무, 육신과 정신, 신성과 세속, 희망과 절망의 대립 또는 화해 속에서 전개되어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쩌면 이러한 대립과 화해는 "새들은 죽고 없었네 /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와 같은 부정의 인식으로부터 시작되어 "허무의 / 불 /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와 같은 갈등을 겪고, 마침내 "나를 가르치는 건 / 언제나 / 시간… /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처럼 깨달음 또는 긍정의 정신에 도달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 시의 의미는 분명해진다. 그것은 좌절과 절망 끝에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대립적인 것의 경계선에서, 참회와 정죄를 겪으면서 새롭게 자기 극복과 부활을 성취해 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러기에 이 겨울 바다는 뉘우침과 속죄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부활과 소생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실상 우리는 한 생애를 살아가면서 잃을 수 있기에 얻을 수 있고, 헤어질 수 있기에 새롭게 만날 수 있고, 또한 죽을 수 있기에 새로운 탄생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시는 삶의 거듭 태어남 또는 사랑의 거듭남을 '겨울 바다'라는 부활의 동굴, 또는 무(無)의 통과과정을 토애서 성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유튜브 박영숙영 영상'시모음' 박영숙영 2020.01.10 162
공지 박정희/ 외국학자들의 평가 박영숙영 2018.03.01 941
공지 AP종군기자의 사진을 통해 다시 보는 1950~53년 韓國戰爭 박영숙영 2015.07.26 2182
공지 박정희 대통령의 시 모음 박영숙영 2015.07.06 1676
공지 이순신 장군의 어록 박영숙영 2013.02.22 1602
공지 세계의 냉정한 평가 ㅡ박정희 박영숙영 2012.03.14 870
공지 저작권 문제있음 알려주시면 곧 삭제하겠습니다. 박영숙영 2009.09.02 827
공지 슬픈역사 ,기억해야 할 자료들 박영숙 2009.01.26 963
공지 박정희 대통령의 명언 박영숙 2009.01.26 2732
공지 박정희와 맥도널드 더글라스사 중역의 증언 박영숙 2009.01.26 1298
96 님의침묵/한용운 박영숙영 2012.01.21 629
95 정선아리랑 박영숙영 2012.01.21 647
94 왕방연/영월로 유배당한 단종에게 사약을 전했던 금부도사 박영숙영 2012.01.21 1340
93 부산 기장]/윤선도 박영숙영 2012.01.21 846
92 내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우에/영랑 박영숙영 2012.01.21 864
91 매창 시비 박영숙영 2012.01.21 745
90 [전남 해남 '땅끝']/김지하 박영숙영 2012.01.21 426
89 견우의 오래 /서정주 박영숙영 2012.03.12 573
88 낙화 / 조지훈 박영숙영 2012.03.12 1264
87 껍대기는 가라 /신동엽 박영숙영 2012.03.12 676
» 겨울 바다 / 김남조 박영숙영 2012.03.12 854
85 국토서시 / 조태일 박영숙영 2012.03.12 2148
84 나그네 /박목월 박영숙영 2012.03.12 2195
83 선죽교두혈 李滉 이황 1501~1570 박영숙영 2012.07.18 646
82 도산월야영매 / 李滉 이황 박영숙영 2012.07.18 1060
81 晩步 만보 저녁무렵 거닐며 李滉 이황 1501~1570 박영숙영 2012.07.18 769
80 인생무상에 관한 시조 박영숙영 2012.10.21 10001
79 이순신장군 전사 소식~선조의 반응 박영숙영 2013.02.20 1192
78 불멸의 이순신 명랑해전 中 "필생즉사 필사즉생" 박영숙영 2013.02.20 1080
77 어버이 살아신제 - 정철 - 박영숙영 2013.02.22 1178
76 (청산은 나를 보고) - 나옹선사 박영숙영 2013.02.22 1356
75 (이화에 월백하고) - 이조년 박영숙영 2013.02.22 990
74 춘산에 눈 녹인 바람) - 우 탁 박영숙영 2013.02.22 775
73 (녹이상제 살찌게 먹여) - 최 영 박영숙영 2013.02.22 390
72 (이 몸이 죽고 죽어) - 정몽주 박영숙영 2013.02.22 847
71 (백설이 잦아진 골에) - 이 색 박영숙영 2013.02.22 969
70 (내해 좋다 하고) - 변계랑 박영숙영 2013.02.22 678
69 (강호에 봄이 드니) - 맹사성 박영숙영 2013.02.22 557
68 (이 몸이 죽어 가서) - 성삼문 박영숙영 2013.02.22 3879
67 (초당에 일이 없어) - 유성원 박영숙영 2013.02.22 777
66 한산섬 달 밝은 밤에) - 이순신 박영숙영 2013.02.22 883
65 (추강에 밤이 드니) - 월산대군 박영숙영 2013.02.22 921
64 (마음이 어린 후이니) - 서경덕 박영숙영 2013.02.22 1047
63 (삼동에 베옷 입고) - 조 식 베 박영숙영 2013.02.22 736
62 오리의 짧은 다리) - 김 구 박영숙영 2013.02.22 834
61 (이런들 어떠하며) - 이 황 박영숙영 2013.02.22 574
60 (청초 우거진 골에) - 임 제 박영숙영 2013.02.22 989
59 (샛별지자 종다리 떳다) - 김천택 박영숙영 2013.02.22 644
58 (한 손에 가시 쥐고)- 우 탁 박영숙영 2013.02.22 513
57 (장백산에 기를 꽂고) - 김종서 박영숙영 2013.02.22 815
56 (가노라 삼각산아) - 김상헌 박영숙영 2013.02.22 1731
55 한국의 위인, 성웅 이순신 장군의 명언 박영숙영 2013.02.22 695
54 이순신 장군의 시조 모음 박영숙영 2013.02.22 7271
53 (詩)로 보는 이순신의 생각 읽기 박영숙영 2013.02.22 735
52 [스크랩]황진이 시모음 박영숙영 2013.07.05 4190
51 遣憂(견우) - 丁若鏞(정약용) 박영숙영 2014.02.06 288
50 不疎亦不親(불소역불친) 박영숙영 2014.02.06 402
49 思齋 / <眞樂在閑居 金正國(1485~1541)> 박영숙영 2014.02.06 250
48 冬夜(동야) - 金三宜堂(김삼의당) 박영숙영 2014.02.06 430
47 靜坐然後知平日之氣浮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 박영숙영 2014.02.06 445
46 "不變(불변)" /학명선사 박영숙영 2014.02.06 575
45 파초우(芭蕉雨)/詩: 조지훈 박영숙영 2014.02.10 829
44 신부 /서정주 박영숙영 2014.02.10 5825
43 조국의 영웅 "안중근 의사 어머니 편지"ㅡ "딴맘 먹지 말고 죽으라" 박영숙영 2014.02.14 767
42 正月二日立春 [입춘]/ 퇴계 이황 박영숙영 2014.02.16 908
41 시조대상 수상작 모음/ 홍성란, 정수자 박영숙영 2014.05.07 436
40 홍성란 / 명자꽃 박영숙영 2014.05.07 848
39 홍성란 /들길 따라서 박영숙영 2014.05.07 526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22
어제:
128
전체:
888,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