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장군 전사 소식~선조의 반응

2013.02.20 07:14

박영숙영 조회 수:1192 추천:79

수많은 기초 사료 뽑아 번역 출판인 박기봉씨 ‘충무공 전서’내

충 무공 이순신(李舜臣) 장군이 1598년 노량해전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선조 임금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깜짝 놀라며 슬퍼했을까?

‘선조실록’은 이순신이 전사한 지 닷새 뒤인 11월 24일 밤, 이 정보를 명나라 군대 쪽에서 입수한 승정원이 급히 왕에게 보고했다고 기록한다.

소식을 들은 왕은 “오늘은 밤이 깊었다”며 “내일 승정원이 알아서 하라”고만 한다. 이순신의 죽음에 대해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어딘가 귀찮아하는 기색까지 보인다.

며칠 뒤 명나라 장수 형개(邢?)가 왕 앞에서 이순신의 죽음을 애석해 할 때도 선조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황제의 은덕이 고맙다’며 세 번 머리를 조아리더니 명나라 등자룡(鄧子龍)의 죽음만을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조정에서 사람을 제대로 쓰지 못해 이순신이 재능을 한껏 펴보지 못했다”며 애통해 한 사람은 임금이 아니라 실록을 기록한 사관(史官)이었다.

‘난중일기’뿐 아니라 여러 사료(史料)들을 대조해 보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출판인 박기봉(朴琪鳳)씨가 최근 편역한 2400여 쪽 분량의 ‘충무공이순신 전서’(전4권·비봉출판사)는 수많은 1차 문헌들 중 이순신과 관련된 기초 자료를 뽑아 번역한 뒤 연대기 형식으로 편집한 책이다.


1597년 7월 칠천량해전(漆川梁海戰)에서 전멸하다시피 궤멸된 수군으로, 고작 13척의 패잔선(敗殘船)으로 적군 대함대 133척을 격퇴시켜 서해로 북상하려는 왜적(倭敵)을 저지한 명량해전(鳴梁海戰). 전쟁의 물길을 돌려 자신의 왕위를 포함하여 왕실의 안전은 물론 국가를 멸망의 위기에서 구한 위대한 승전(勝戰)을 두고 선조는

"이순신은 사소한 적을 잡은데 불과하다. 그는 자신의 직분을 수행한 것일 뿐 큰 전공(戰功)을 세운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또 선조는 이듬해 4월에는 "이순신에게 벼슬을 올려주지 않으면서 상을 주는 방법을 강구해보라."는 괴상한 소리도 늘어놓았다.

반면 비변사에서 "원균은 수군의 주장(主將)으로서 수군을 전멸당하게 했으므로 그 죄는 모두 원균에게 있습니다.

그 부하들에게도 죄가 있으면 벌을 주고, 공이 있으면 상을 주어 군기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라고 건의하자 이런 말로 원균을 두둔했다.

"원균 한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라. 이산해와 윤두수가 그렇게 시킨 것이다."

다시 말해서 원균이 칠천량해전(漆川梁海戰)에서 참패를 당해 수군 전력을 모두 잃은 책임은 원균을 천거한 이산해(李山海)와 윤두수(尹斗壽)에게 있으므로,

임금인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으니 원균에게 모든 책임을 돌려서도 안 된다는 해괴한 강변이었다.

선조(宣祖)가 그렇게 감싸고 돌면서 원균의 패전(敗戰) 책임을 묻지 않자 사초(史草)를 담당하는 사관(史官)조차 "머리가 터질 것 같고 뼈가 녹아버리는 것 같다."면서 이렇게 선조의 어처구니없는 처사를 비판했다.

조선시대 인물중 가장 용력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는 의병장 김덕령(金德齡). 조선왕조 타도를 기치로 봉기한 이몽학(李夢鶴)과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김덕령이 가담했다’는 이몽학의 일방적 선전 외에는 아무 증거가 없었다. 그러나 김덕령에 대한 예단을 지닌 선조는 “김덕령은 사람을 죽인 것이 많은데 그 죄로도 죽어야 한다”면서 직접 친국했다.

그는 고문으로 정강이뼈가 부러졌지만 스스로 변론하는데 말씨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신에게는 만 번 죽어 마땅한 죄가 있습니다. 모친께서 돌아가셨을 때 삼 년 상을 치르지 않고 칼을 집고 분연히 일어나 왜군과 여러 해 동안 싸웠지만 작은 공도 세우지 못했습니다.

충성도 못하고 불효만 했으니 만 번 죽어도 죄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제가 모집한 용사들이 지금 감옥에 있는 데 그들에게는 아무 죄가 없으니 죽이지 마시고 쓰도록 하십시오.”

김덕령의 그 말을 전해들은 선조는 노하여, “저놈이 형벌을 가벼이 여겨 오히려 태연하니 참으로 역적이다. 쳐 죽여라!”고 명령했다.

김덕령은 선조 29년(1596) 8월 6차에 걸친 혹독한 형장(刑杖)을 당하고 29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김덕령의 죽음은 조선 군대 전체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의병장 곽재우와 김덕령의 동생 김덕보는 산속으로 은둔을 하게 되었고. 기타 다른 의병장들도 이래저래 핑계대며 의병을 해산 시키고 이후 호남과 영남에선 의병의 의자도 꺼내지 않게 되었다.

『선 조수정실록』은 ‘소문을 들은 남도(南道)의 군민(軍民)들이 원통하게 여겼다’며 “이때부터 남쪽 사민(士民)들은 김덕령의 일을 경계하여 용력(勇力)이 있는 자는 모두 숨어 버리고 다시는 의병을 일으키지 않았다”(29년 8월 1일)고 적고 있다.

5000 의병을 거느렸던 김덕령의 죽음이 물의를 일으키자 선조는 “들으니 그의 군사는 원래 수십 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했다.

선조는 비정상적인 성격의 주인공이었다. 자신이 적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왕위를 이었다는 사실에 콤플렉스도 있었다.

의심과 시기심이 많고 독선적이었다. 심지어는 아들인 광해군에 의해 왕좌에서 밀려날까봐 의심하다 못해 죽이려고까지 했던 참으로 엽기적인 임금이었다.

조선의 장수 가운데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가진 이순신, 거기에 백성들에게 인기까지 높았던 이순신을 자신의 왕좌를 위협하는 존재로 여겼을 것이다. 이는 일종의 피해망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선조는 김덕령처럼 이순신도 죽여 없애려고 했을것이다.

선조가 이순신을 '반드시' 죽여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는 사실은 선조실록(宣祖實錄)을 살펴보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선조가 이순신을 미워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이순신이 실각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요시라의 반간계 때문이었다. 고니시 유키나가의 밀명을 받은 요시라의 공작에 김응서와 권율이 놀아나고, 조정도 넘어갔다.

이에 따라 1597년 1월 23일부터 조정에서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2월 4일 사헌부의 주청에 따라 이순신의 체포가 결정됐던 것이다. 아니, 사헌부의 주청이라기 보다는 사실은 선조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이렇게 이순신을 제거하기 위해 일본군 수뇌부의 음모에 발맞추어 이순신을 실각시키고 조선 수군의 전멸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선조는 훗날 이순신의 전사 소식을 듣자 제문(祭文)에 이런 구절을 써 넣었다.

'나는 그대를 버렸건만 그대는 나를 버리지 않았다.'

충무(忠武)라는 무관(武官) 최고의 시호도 순국한지 45년 후인 1643년(인조 21년)에 받게 되었다.


출처 = 기사 "이순신 장군 전사소식, 귀찮아한 선조" + 광주일보 + 이덕일의 事思史: 조선 왕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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