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보는 이순신의 생각 읽기

2013.02.22 16:07

박영숙영 조회 수:734 추천:61

(詩)로 보는 이순신의 생각 읽기  


이번에는 이순신 장군이 직접 지어 남기신 한시들을 모아 봤습니다.

한 편, 한 편 어느 것 하나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게 없으실 텐데요,

보시면 다들 느끼시겠지만 오로지 나라와 백성 생각뿐이군요.

나중에 몇 편을 더 추가할 예정이지만,

아래의 시들 만큼은 꼭 한번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산도가(閑山島歌)


寒山島月明夜(한산도월명야)

上戍樓撫大刀(상수루무대도)

深愁時何處(심수시하처)

一聲羌笛更添愁(일성강적경첨수)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올라

큰 칼 불끈 잡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피리소리, 이내 시름 더해 주네


한산도 수루(좌). 우측에 보이는 것이 활쏘는 과녁 터


이순신 장군의 장검(국립중앙박물관 '류성룡기획전')


1597년 8월 15일, 열선루(전남 보성 관아에 있던 누각)에 앉아 지어 읊은 날이다.

한산도의 원래 한자명은‘한가(閑暇)하다’는 뜻의‘閑’자로 쓴다.

이순신은 ‘한산도가’의 제목은 이 ‘閑’자로 그대로 하고,

서두는‘寒’(춥다, 쓸쓸하다) 자로 썼다(친필 시조에는 ‘寒’자로 되어 있음).

왜 그랬을까?


칠천량에서 전멸한 조선 수군, 전장을 함께 했던 동지들의 죽음...

통제사에 복권되었지만 모병을 위해 고을들을 둘러보니 관아와 민가는

폐허가 되어 텅 비어 있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보성 관아의 군기를 모아서 말에 싣게 했는데,

곧 들이닥칠 12만의 왜군에 비해 너무도 초라했다.

그러한 심경을 ‘寒’자로 표현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무제(無題)


비바람 부슬부슬 흩뿌리는 밤       蕭蕭風雨夜(소소풍우야)

생각만 아물아물 잠 못 이루고      耿耿不寐時(경경불매시)

간담이 찢어질 듯 아픈 이 가슴     懷痛如嶊膽(회통여최담)

살이 에이듯 쓰라린 이 마음         傷心似割肌(상심사할기)


강산은 참혹한 모습 그대로이고    山河猶帶慘 (산하유대참)

물고기와 새들도 슬피 우네          魚鳥亦吟悲(어조역음비)

나라는 허둥지둥 어지럽건만        國有蒼黃勢(국유창황세)

바로잡아 세울 이 아무도 없네      人無任轉危(인무임전위)


제갈량 중원 회복 어찌했던고       恢復思諸葛(회복사제갈)

말 달리던 곽자의 그립구나          長驅慕子儀(장구모자의)

원수 막으려 여러 해 했던 일들이  經年防備策(경년방비책)

이제 와 돌아보니 임금만 속였네   今作聖君欺(금작성군기)

-1594년 9월 3일-


이 한시를 지은 때는 전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1594년 9월이다.

1593년 5월, 남해안으로 전격 퇴각해 내려온 왜군들은 이순신의 조선 함대가

견내량을 막아서서 자신들의 서해 및 전라도 진출을 봉쇄하자

남해안 요해처에 왜성을 쌓고 장기전에 돌입하는 한편,

명-왜 간의 강화협상을 통해 모종의 변화를 모색하려 했다,


견내량 남단. 앞에 보이는 섬이 해간도. 해간도를 넘어서면 한산도 앞바다이다.

이순신은 해간도를 등지고 왜군들의 서해 진출을 원천 봉쇄했다.


강화협상에 적극적이던 명군은 “강화협상 중에는 전쟁행위를 일체 중단하자”는

왜군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조선 수군에게 전쟁금지령을 내렸고,

선조 임금은 (명군 몰래) 조선 수륙군 장수들에게 거제도 일대에 주둔해 있는

왜적을 공격하라는 밀지(密旨)를 하달하게 된다.

이순신에게도 밀지가 전달되었는데, 아래는 그날의  <난중일기>이다.


9월 3일. 비가 왔다. 새벽에 밀지가 들어왔는데 ‘바다와 육지의 여러

장수들은 팔짱을 끼고 서로 바라보기만 하고 한 가지라도 계책을 세워서

적을 치는 일이 없다’고 하였다. 3년 동안이나 바다 위에 있었는데

그럴 리 만무하다.


여러 장수들과 함께 죽음으로써 원수를 갚자고 맹세하고 날을 보내고

있지만 험한 곳에 소굴을 파놓고 그 속에 들어가 있는 적들을 경솔하게

나가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병법에서도)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만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하지 않았던가.


초저녁에 불을 밝히고 혼자 앉아 나라 일을 생각하는데 (작금의 상황은)

엎어지고 자빠지고 위태롭기 그지없건만 구제할 대책이 없으니

이 일을 어찌하랴, 어찌하랴.  <난중일기>(1594. 9. 3.)


이순신은 전략적 차원에서 왜군들의 발목을 한려수도 이동에 묶어두기 위해

그동안 견내량 방어선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질책성

밀지를 받자 황망하고 답답했다.  

‘이제 와 돌아보니 임금만 속였네’라는 싯귀는 자신의 전략적 의지와는 달리

‘팔짱만 끼고 바라보기만 하고...’라는 인식을 낳았기에

결과적으로는 임금을 속인 것이라는 자책과 한탄의 표현으로 보인다.


선거이 수사와 작별하며..


북쪽에 갔을 때도 같이 일했고          北去同勤苦(북거동근고)

남쪽에 와서도 생사를 같이 했지       南來共死生(남래공사생)

오늘 밤 달 아래 한 잔 술 나누지만    一杯今夜月(일배금야월)

내일엔 우리 서로 헤어져야 하네       明日別離精(명일별리정)

-1595년 9월 14일-


한산도 야음(閑山島 夜吟)


한바다에 가을 빛 저물었는데            水國秋光暮(수국추광모)

찬바람에 놀란 기러기 높이 떴구나     驚寒雁陣高(경한안진고)

가슴에 근심 가득 잠 못 이루는 밤      憂心轉輾夜(우심전전야)

새벽 달 창에 들어 칼을 비추네          殘月照弓刀(잔월조궁도)

-1595년 10월 20일-


무제(無題)


병서도 못 읽고 반생 지내느라        不讀龍韜過半生(불독용도과반생)

위태한 때 충성 바칠 길 없네           時危無路展葵誠(시위무로전규성)

지난날엔 큰 갓 쓰고 글 읽다가        峩冠曾此治鉛槧(아관증차치연참)

오늘은 큰 칼 들고 싸움을 하네        大劍如今事戰爭(대검여금사전쟁)

마을의 저녁 연기에 눈물 흘리고      墟落晩烟人下淚(허락만연인하루)

진중의 새벽 호각 마음 아프다         轅門曉角客傷情(원문효각객상정)

개선의 그 날 산으로 가기 바빠        凱歌他日還山急(개가타일환산급)

공적 기록 신경 쓸 겨를 없으리        肯向燕然勒姓名 (긍향연연륵성명)


통영 충렬사 외벽 틈 사이로 피어난 꽃


무제(無題)


북쪽 소식 아득히 들을 길 없어       北來消息杳無因(북래소식묘무인)

외로운 신하 시절을 한탄하네         白髮孤臣恨不辰(백발고신한불신)

소매 속엔 적 꺾을 병법 있건만       袖裡有韜摧勁敵(수리유도최경적)

가슴속엔 백성 구할 방책이 없네     胸中無策濟生民(흉중무책제생민)

천지는 캄캄한데 서리 엉기고         乾坤黯黲霜凝甲(건곤암참상응갑)

산하에 비린 피가 티끌 적시네        關海腥膻血浥塵(관해성전혈읍진)

말 풀어 목장으로 돌려보낸 뒤        待得華陽歸馬後(대득화양귀마후)

두건 쓴 처사 되어 살아가리라        幅巾還作枕溪人(폭건환작침계인)


진중음(陣中吟)


님의 수레 서쪽으로 멀리 가시고      天步西門遠(천보서문원)

왕자들 북녘으로 위태로우니           君儲北地危(군저북지위)

나라를 근심하는 외로운 신하          孤臣憂國日(고신우국일)

장수들은 공로를 세울 때로다          壯士樹勳時(장사수훈시)

바다에 맹세함에 어룡이 감동하고    誓海魚龍動(서해어룡동)

산에 맹세함에 초목이 알아주네       盟山草木知(맹산초목지)

이 원수 모조리 무찌를 수 있다면     讐夷如盡滅(수이여진멸)

이 한 목숨 죽음을 어찌 사양하리오  雖死不爲辭(수사불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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