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서정주
2014.05.08 03:33
신부/ 서정주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알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 돌알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잡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알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 돌알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잡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