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古寺)" /조지훈

2014.05.08 03:36

박영숙영 조회 수:574 추천:29

고사(古寺)"

      조지훈


목어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 역만리길
눈부신 하늘아래
노을이 진다.



시에 대한 이해는 때로 시어나 시구의 의미보다 전체적인 분위기, 인상, 느낌으로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절의 해질 무렵 풍경을 절제된 언어, 민요적 리듬으로 여백이 많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듯이 그려져 있다.

시인은 '고사(古寺)'의 은은한 정경을 관조하면서, '상좌 아이', '부처님', '눈부신 노을', '지는 모란' 등의 대상을 아무런 주관적 정서의 개입 없이 그저 그림 그리듯 묘사하고 있다.

시의 소재들을 바탕으로 시를 이해한다면, 그 대상들이 심오한 선(禪)의 세계에 젖어 드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고운 상좌 아이'도 '부처님'도, 일체 중생의 상징일 수 있는 '모란'도 모두 '눈부신 노을'과 샅은 환희, 희열감에 젖어 정토의 세계인 '서역 만리 길'로 귀의하고 있다.

고색 창연(고색창연)한 절의 은은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고민과 갈등에 싸인 현실로부터 벗어나 아늑하고 평안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시에 대한 감상은 충분하다고 하겠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유튜브 박영숙영 영상'시모음' 박영숙영 2020.01.10 162
공지 박정희/ 외국학자들의 평가 박영숙영 2018.03.01 942
공지 AP종군기자의 사진을 통해 다시 보는 1950~53년 韓國戰爭 박영숙영 2015.07.26 2182
공지 박정희 대통령의 시 모음 박영숙영 2015.07.06 1684
공지 이순신 장군의 어록 박영숙영 2013.02.22 1603
공지 세계의 냉정한 평가 ㅡ박정희 박영숙영 2012.03.14 871
공지 저작권 문제있음 알려주시면 곧 삭제하겠습니다. 박영숙영 2009.09.02 827
공지 슬픈역사 ,기억해야 할 자료들 박영숙 2009.01.26 963
공지 박정희 대통령의 명언 박영숙 2009.01.26 2733
공지 박정희와 맥도널드 더글라스사 중역의 증언 박영숙 2009.01.26 1299
37 "不變(불변)" /학명선사 박영숙영 2014.02.06 575
» 고사(古寺)" /조지훈 박영숙영 2014.05.08 574
35 (이런들 어떠하며) - 이 황 박영숙영 2013.02.22 574
34 견우의 오래 /서정주 박영숙영 2012.03.12 573
33 (강호에 봄이 드니) - 맹사성 박영숙영 2013.02.22 558
32 홍성란 /들길 따라서 박영숙영 2014.05.07 526
31 (한 손에 가시 쥐고)- 우 탁 박영숙영 2013.02.22 513
30 靜坐然後知平日之氣浮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 박영숙영 2014.02.06 446
29 바다를 가르며(泛海 범해) _ 최치원 박영숙영 2015.05.12 441
28 낙서재(樂書齋) _ 고산 윤선도 박영숙영 2015.05.12 438
27 시조대상 수상작 모음/ 홍성란, 정수자 박영숙영 2014.05.07 438
26 퇴계가 두향에게 보냈다고 전해진 시 박영숙영 2015.05.12 436
25 冬夜(동야) - 金三宜堂(김삼의당) 박영숙영 2014.02.06 430
24 [전남 해남 '땅끝']/김지하 박영숙영 2012.01.21 426
23 잊을 수 없는 일곱 명의 미국인들 박영숙영 2011.07.17 425
22 이황의 풍물시/ 문경새재/ 한벽루/ 정약용/신경림 목계장터 박영숙영 2018.01.27 421
21 不疎亦不親(불소역불친) 박영숙영 2014.02.06 402
20 (녹이상제 살찌게 먹여) - 최 영 박영숙영 2013.02.22 390
19 짚신신고 이렇게도 못살았는데 박영숙영 2015.08.04 379
18 꽃등/ 류시화 박영숙영 2015.06.14 378
17 족보의 의의 박영숙영 2011.11.08 376
16 신부/ 서정주 박영숙영 2014.05.08 360
15 옛날 옛적의 귀한 이미지 자료 박영숙영 2016.04.09 329
14 따뜻한 슬픔 ...홍성란 박영숙영 2014.05.07 325
13 그날이 오면 (심훈) 박영숙영 2019.04.04 291
12 遣憂(견우) - 丁若鏞(정약용) 박영숙영 2014.02.06 289
11 > 흰구름 걷히면 청산인 것을 < 박영숙영 2014.09.07 267
10 봄이 오면 산에 들에 /홍성란 박영숙영 2014.05.07 265
9 도연명 陶淵明, 중국 晉나라 시인 박영숙영 2014.06.18 250
8 思齋 / <眞樂在閑居 金正國(1485~1541)> 박영숙영 2014.02.06 250
7 춘산에 / 우탁 박영숙영 2014.06.18 249
6 홍성란 /바람불어 그리운 날 박영숙영 2014.05.07 241
5 집착하지 않는 삶 박영숙영 2014.09.07 239
4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박영숙영 2014.06.16 218
3 俊禪子(준선자) - 淸虛休靜(청허휴정) 박영숙영 2015.05.12 203
2 <'感興' 중 - 白居易> 박영숙영 2015.05.12 151
1 대상과인식과정 박영숙영 2019.06.06 69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225
어제:
65
전체:
889,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