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할머니가 남긴 외로운 감동적인 시

2014.01.17 23:00

박영숙영 조회 수:276 추천:37

어느 할머니가 남긴 외로운 감동적인 시



당신들 눈에는 누가 보이나요,
간호원 아가씨들..
제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를 묻고 있답니다.


당신들은 저를 보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나요.
저는 그다지 현명 하지도 않고...
성질머리도 괴팍하고
눈초리 마저도 흐리멍텅한 할망구일 테지요  

먹을 때 칠칠치 못하게 음식을 흘리기나 하고
당신들이 큰소리로 나에게 "한번 노력이라도 해봐욧!!" 소리 질러도
아무런 대꾸도 못하는 노인네...  

당신들의 보살핌에 감사 할 줄도 모르는 것 같고
늘 양말 한 짝과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기만 하는 답답한 노인네...

그게 바로 당신들이 생각하는 '나' 인가요.
그게 당신들 눈에 비쳐지는 '나' 인가요.

그렇다면 눈을 떠보세요.  
그리고 제발... 나를 한번만 제대로 바라봐주세요.  
이렇게 여기 가만히 앉아서
분부대로 고분고분 음식을 씹어 넘기는 제가
과연 누구인가를 말 해 줄게요.

저는 열 살짜리 어린 소녀랍니다.
사랑스런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오빠, 언니, 동생들도 있지요.

저는 스무 살의 꽃다운 신부랍니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면서
콩닥콩닥 가슴이 뛰고 있는 아름다운 신부랍니다.

그러던 제가 어느새 스물다섯이 되어 아이를 품에 안고
포근한 안식처와 보살핌을 주는 엄마가 되어있답니다.  

어느새 서른이 되고 보니 아이들은 훌쩍 커버리고...
제 품에만 안겨 있지 않답니다.  

마흔 살이 되니 아이들이 다 자라 집을 떠났어요.
하지만 남편이 곁에 있어
아이들의 그리움으로 눈물로만 지새우지는 않는답니다.

쉰 살이 되자 다시금 제 무릎 위에 아가들이 앉아있네요.
사랑스런 손주들과 나... 행복한 할머니입니다.

암울한 날이 다가오고 있어요.
남편이 죽었거든요.
홀로 살아갈 미래가 두려움에 저를 떨게 하고 있네요.
제 아이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들이 없답니다.
젊은 시절 내 자식들에 퍼부었던 그 사랑을 뚜렷이 난 기억하지요.  

어느새 노파가 되어 버렸네요.
세월은 참으로 잔인하네요.
노인을 바보로 만드니까요.

몸은 쇠약해가고...
우아했던 기품과 정열은 저를 떠나버렸어요.
한때 힘차게 박동하던 내 심장 자리에
이젠 돌덩이가 자리 잡았네요.

하지만 아세요?
제 늙어버린 몸뚱이 안에 아직도 16세 처녀가 살고 있음을...
그리고 이따금씩은 쪼그라든 제 심장이 쿵쿵대기도 한다는 것을...

젊은 날들의 기쁨을 기억해요.
젊은 날들의 아픔도 기억해요.
그리고... 이젠 사랑도 삶도 다시 즐겨보고 싶어요.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니... 너무나도 짧았고...
너무나도 빨리 가 버렸네요.
내가 꿈꾸며 맹세 했던 영원한 것은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다는 무서운 진리를
이젠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모두들 눈을 크게 떠 보세요.
그리고 날 바라봐 주세요.
제가 괴팍한 할망구라뇨...

제발...
제대로 한번만 바라봐 주세요.
'나'의 참모습을 말예요...



스코트랜드 던디 근처 양로원에서
외롭게 살다가 세상을 떠난
어느 할머니의 유품으로 남겨진 시,  

간호원들에 의해 발견되어 읽혀지면서
세계 노인들을 울리고 있답니다  

옮긴 글


----------------------------------------------------------

나이드신 어르신들은

우리들의 미래의 모습입니다.

겸손한 마음과 예의로 그분들을 대해야 할 것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유튜브 박영숙영 영상'시모음' 박영숙영 2020.01.10 102
공지 우리나라 국경일 박영숙영 2015.07.06 341
공지 우리나라에는 1년 중 몇 개의 국경일이 있을까요? 박영숙영 2015.07.06 1633
공지 무궁화/ 단재 신채호 박영숙영 2015.06.16 275
공지 무궁화, 나라꽃의 유래 박영숙영 2015.06.16 710
공지 ★피묻은 肉親(육친)의 옷을 씻으면서★ 박영숙영 2014.10.19 442
공지 [펌]박정희 대통령의 눈물과 박근혜의 눈물 박영숙영 2014.06.14 413
공지 박정희 대통령의 눈물 / 머리카락도 짤라 팔았다 박영숙영 2014.05.28 376
공지 어느 독일인이 쓴 한국인과 일본인 ** 박영숙영 2011.08.02 500
공지 저작권 문제 있음 연락주시면 곧 지우겠습니다. 박영숙영 2014.02.08 211
113 곡비(哭婢)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2.08 1710
112 의 자 / 이정록 박영숙영 2014.02.08 199
111 남자를 위하여 문정희 박영숙영 2014.02.11 668
110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2.13 529
109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 힘든지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2.13 216
108 멍 /박형준 박영숙영 2014.03.29 446
107 어머니의 동백꽃/도종환 박영숙영 2014.03.29 364
106 동백꽃 시모음 / 김용택,용혜원, 유치환,서정주, 최영미,이생진 박영숙영 2014.03.29 1512
105 동백꽃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3.29 315
104 사람의 가을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3.29 198
103 손의 고백 /문정희 박영숙영 2014.03.29 168
102 가면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3.29 193
101 "나는 시 속에서 자유롭고 용감하고 아름답다" 문정희시인 박영숙영 2014.03.29 597
100 딸아 연애를 하라 /문정희 박영숙영 2014.03.29 263
99 [펌글]ㅡ시에 관한 명언 명구 박영숙영 2014.04.02 838
98 한밤중에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29
97 문정희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시 해설 박영숙영 2014.05.08 2979
96 찔레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57
95 내 사랑은/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381
94 “응”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457
93 신록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78
92 하늘에 쓰네 /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48
91 봄비 /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34
90 사랑법 첫째 / 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219
89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261
88 가을 편지/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74
87 그리움 속으로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11 191
86 나는 엄마의 어린 딸 / 어머니에 관한 시 모음 박영숙영 2014.05.14 478
85 엄마의 염주 /외 어머니에 관한 시 모음 박영숙영 2014.05.14 541
84 사모곡(思母曲) 아리랑/ 외 박영숙영 2014.05.14 162
83 봄의 시모음/ 노천명 외 박영숙영 2014.05.14 375
82 봄을 위하여 /천상병 외 박영숙영 2014.05.14 313
81 - 스펜서 존슨의 《선물》 중에서 - 박영숙영 2014.05.22 227
80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아하! 이런 글도 있구나 ! " 하고 복사했습니다 박영숙영 2014.05.28 191
79 [펌]가는 길 /김소월 (시와 해설) 박영숙영 2014.06.18 1224
78 [펌]사랑의 노래 /신경림(시와해설) 박영숙영 2014.06.18 384
77 [ 적멸에게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57
76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074
75 <수선화에게>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98
74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565
73 거짓말의 시를 쓰면서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465
72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67
71 술 한잔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369
70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26
69 미안하다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93
68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367
67 또 기다리는 편지/정호승(시와 해설) 박영숙영 2014.06.18 1149
66 빈 깡통 허공을 날다 / 김용언 박영숙영 2014.06.19 215
65 나무의 / 김용언 박영숙영 2014.06.19 218
64 - 존 로크의 《독서에 관하여》 중에서 - 박영숙영 2014.06.25 131
63 찔레 /문정희 박영숙영 2014.06.26 216
62 정호승시인의 대표작 박영숙영 2014.06.26 2475
61 [펌]이 외수의 글쓰기 비법 박영숙영 2014.06.29 124
60 죽음 뒤를 볼 수 없다 해도 / 죽음에 대한 ㅡ'시'와 명언 박영숙영 2014.07.02 1014
59 늑대/도종환 박영숙영 2014.07.16 161
58 이제 누가 헝클어진 머리 빗겨 주나 박영숙영 2014.07.31 167
57 우물에 관한 시 모음> 윤동주의 '자화상' 외 박영숙영 2014.08.03 1680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57
어제:
94
전체:
887,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