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방문 감사
2009.12.24 23:43
말을 위한 기도
이해인 수녀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 없이 뿌려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 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제 언어의 나무.
주님,
제가 지닌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저와 함께 머뭅니다.
살아 있는 동안 제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매일 매일 돌처럼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해도
슬기로운 말의 주인이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내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신 주님,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 있는
한 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 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내게 하소서.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 위해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말을 하게 하소서.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때 에 맞고
언제나 책임있는 말을 갈고 닦게 하소서.
제가 이웃에게 말을 할 때는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내뱉지 않게 도와주시어
좀더 겸허하고
좀 더 인내롭고
좀더 분별있는
사람의 말을 하게 하소서.
제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른 비방과 오해의 말들을
경솔한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용서하소서, 주님.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제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당신의 은총 속에 이어가게 하소서.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유튜브 박영숙영 영상'시모음' | 박영숙영 | 2020.01.10 | 101 |
공지 | 우리나라 국경일 | 박영숙영 | 2015.07.06 | 341 |
공지 | 우리나라에는 1년 중 몇 개의 국경일이 있을까요? | 박영숙영 | 2015.07.06 | 1633 |
공지 | 무궁화/ 단재 신채호 | 박영숙영 | 2015.06.16 | 275 |
공지 | 무궁화, 나라꽃의 유래 | 박영숙영 | 2015.06.16 | 710 |
공지 | ★피묻은 肉親(육친)의 옷을 씻으면서★ | 박영숙영 | 2014.10.19 | 442 |
공지 | [펌]박정희 대통령의 눈물과 박근혜의 눈물 | 박영숙영 | 2014.06.14 | 413 |
공지 | 박정희 대통령의 눈물 / 머리카락도 짤라 팔았다 | 박영숙영 | 2014.05.28 | 376 |
공지 | 어느 독일인이 쓴 한국인과 일본인 ** | 박영숙영 | 2011.08.02 | 500 |
공지 | 저작권 문제 있음 연락주시면 곧 지우겠습니다. | 박영숙영 | 2014.02.08 | 211 |
172 | 나는 엄마의 어린 딸 / 어머니에 관한 시 모음 | 박영숙영 | 2014.05.14 | 478 |
171 | 4월 愛.. | 은방울꽃 | 2011.04.12 | 477 |
170 | 미주한국문학켐프 한마당 | 박영숙 | 2009.08.23 | 475 |
169 | 방문 감사 | 문인귀 | 2009.09.02 | 468 |
168 | 거짓말의 시를 쓰면서 / 정호승 | 박영숙영 | 2014.06.18 | 465 |
167 | 씨뿌리는 법칙 | 남정 | 2011.02.24 | 464 |
166 | [스크랩]ㅡ탈무드/유대인의 3 대 명언 | 박영숙영 | 2011.04.16 | 459 |
165 | 매미소리 | 난설 | 2009.08.09 | 459 |
164 | 잊혀진 여자 / 로랑 생 | 박영숙영 | 2013.02.15 | 458 |
163 | [스크랩]웃음과 건강 이야기.... | 박영숙영 | 2011.04.16 | 458 |
162 | “응” / 문정희 | 박영숙영 | 2014.05.08 | 457 |
161 | 행복 | 썬파워 | 2009.05.31 | 456 |
160 | 감사합니다 ^^* | 백선영 | 2009.08.07 | 452 |
159 | 멍 /박형준 | 박영숙영 | 2014.03.29 | 446 |
158 | 성탄절의 축복 | 장태숙 | 2009.12.24 | 445 |
157 | 잘 받았습니다. | 오연희 | 2008.11.26 | 440 |
» | 새 술은 새 부대에/ 방문 감사 | 애천 | 2009.12.24 | 438 |
155 | 믿음, 소망, 사랑.. | 은방울꽃 | 2010.01.18 | 432 |
154 | ♥ 입주 환영 축하!!! ♥ | 이기윤 | 2008.09.08 | 430 |
153 | 중앙일보 <문예마당>에 박영숙님의 詩 | 이기윤 | 2009.06.22 | 429 |
152 | 늦가을, 단풍도 국화도 익어가고.. | 은방울꽃 | 2009.11.01 | 427 |
151 | 축하합니다. | 박영호 | 2008.12.25 | 425 |
150 | 어떤결심 /이해인 | 박영숙영 | 2010.12.09 | 423 |
149 | 얼마나 가슴으로 살고 있는가. ? | 박영숙 | 2009.07.31 | 417 |
148 | 즐거운 추석 되십시오 | 정정인 | 2008.09.12 | 413 |
147 | [스크랩] 어느 부부의 슬픈 이야기 | 박영숙영 | 2011.04.24 | 412 |
146 | [스크랩] 얼굴이란 | 박영숙영 | 2011.02.28 | 410 |
145 | 반가웠습니다, | 성영라 | 2009.08.08 | 409 |
144 | 소경의 등불 / 탈무드 | 박영숙영 | 2012.03.22 | 406 |
143 | 축 성탄 | 김동찬 | 2008.12.25 | 400 |
142 | 스크랩 ㅡ행복 ? | 박영숙영 | 2011.02.28 | 398 |
141 | 2011년의 나의 좌우명 | 박영숙영 | 2010.12.28 | 396 |
140 | 풀꽃들 시위 | 썬파워 | 2009.06.30 | 396 |
139 | 팬티 / 임보 | 박영숙영 | 2014.02.07 | 393 |
138 | 환영합니다 | 노기제 | 2008.09.09 | 392 |
137 | [스크랩] ㅡ7 학년 8 반. 조야.. /유심조 | 박영숙영 | 2010.12.13 | 386 |
136 | 예배의 참뜻/법정 | 박영숙영 | 2010.12.10 | 385 |
135 | ★♥보람된 “한가위”맞으소서! ♥★ | 이기윤 | 2008.09.08 | 385 |
134 | 곡시哭詩 / 문정희 | 박영숙영 | 2019.02.13 | 384 |
133 | [펌]사랑의 노래 /신경림(시와해설) | 박영숙영 | 2014.06.18 | 384 |
132 | ** 웃음과 건강** | 박영숙영 | 2011.04.16 | 384 |
131 | 스크랩 ㅡ마음을...... | 박영숙영 | 2011.02.28 | 382 |
130 | 내 사랑은/문정희 | 박영숙영 | 2014.05.08 | 381 |
129 | 경상도 할머니 한분이 /유심조 | 박영숙영 | 2010.09.18 | 379 |
128 | 너도밤나무 /꽃말 : 당당한 자신감 | 박영숙영 | 2014.02.07 | 379 |
127 | 봄의 시모음/ 노천명 외 | 박영숙영 | 2014.05.14 | 375 |
126 | [스크랩]- 사자와 누 이야기 - | 박영숙영 | 2011.06.10 | 374 |
125 | [스크랩]ㅡ좋아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 | 박영숙영 | 2011.04.16 | 374 |
124 | 입주를 추카합니다 | 정국희 | 2008.08.22 | 374 |
123 | 술 한잔 / 정호승 | 박영숙영 | 2014.06.18 | 369 |
122 |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 박영숙영 | 2014.06.18 | 367 |
121 | 어머니의 동백꽃/도종환 | 박영숙영 | 2014.03.29 | 364 |
120 | 시집 잘 접수했습니다 | 김영교 | 2011.03.06 | 360 |
119 | 강아지와 남편,/유심조 | 박영숙영 | 2011.02.18 | 360 |
118 | [스크랩]ㅡ고통이 주는 의미를 깨달아라 | 박영숙영 | 2010.12.10 | 350 |
117 | [스크랩]ㅡ할미꽃 | 박영숙영 | 2011.07.06 | 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