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다리는 편지/정호승(시와 해설)

2014.06.18 20:50

박영숙영 조회 수:1185 추천:26

또 기다리는 편지/정호승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 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 내용연구

지는 저녁 해[소멸의 이미지]를 바라보며[시적 화자의 위치와, 쓸쓸하고 외로운 분위기를 나타냅니다.]



오늘도[지속되는 사랑]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이미 어떤 것이 포함되고 그 위에 더함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도'를 붙여 예전부터 쭉 늘 그래왔던 것처럼 오늘도 곁에 없는 그대를 사랑하였다는 말입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시적 화자는 날이 저물었는데 별조차 뜨지 않는 상황에서, 임을 만나지 못하는 절망감을 자연 현상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별'은 '그대'를, 홀로 사랑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은 '저문 하늘'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호응하고 있습니다. '날 저문 하늘'이 임이 부재(不在)하는 상황을 상징한다면, '별'은 화자가 그리워 하는 임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그대'가 없는 외로움의 공간]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사랑과 절망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에 나가



저무는 섬(외롭고 쓸쓸하며 구원받지 못하는 운명의 이미지 / 화자의 외로움과 단절감을 극대화하는 객관적 상관물)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잠든 세상 밖으로~떠올리며 울었습니다 : 외로움과 임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전전반측(輾轉反側)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잠든 세상 밖으로 나가 새벽 달 빈 길에 뜰' 때까지 방황했다는 것은 기다림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감정입니다. '어둠의 바닷가'는 '그대'를 만나지 못하는 절망의 공간을, '저무는 섬'은 그로 인해 외롭고 쓸쓸하며 구원받지 못하는 운명의 이미지를 지닌 화자를 상징하며 시간의 변화에 따라 감정의 기복이 '울었습니다'로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외로운 사람[임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기다림의 내면화를 '사라져서'라는 말로 표현]



해마다 첫눈['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에 나타난 정서를 비유적으로 형상화한 시어]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 기슭[세계와 단절된 절대 고독의 공간]에 앉아[외로운 사람들은~기슭에 앉아 : 화자와 마찬가지로 '외로운 사람들'은 첫눈 내리는 기쁨과 설레임으로 그리운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러나 화자는 '섬 기슭에 앉아' 더욱 심한 고독과 그리움을 느끼게 됩니다. '새벽보다 깊은 새벽'은 새벽달이 떴을 때보다 시간이 더 흘렀음을 알 수 있는 부분으로 화자의 심리적 변화와 맞물리는 상황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오늘도(계속 반복되는 시간을 의미)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오늘도 그대를~더 행복하였습니다. : '그대'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돌아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는 처지를 '행복'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화자의 태도가 담겨 있으며, 재회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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