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21 04:01
부모, 어디까지 가야할까.
요즘 들어 갱년기가 본선에 들어가려는지 잠이 오지 않아 컴퓨터에 앉아 있는데 띠용띠용 딸이 채팅 신청이다. 일이 많아 매일 새벽1시, 2시까지 저러고 있으니 직장을 다니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도와줄 수도 없어 안타깝다.
집에 올 때마다 더욱 야위어진 것 같아 걱정을 하는 내게 아들이 한마디 했다. 엄마 아빠가 계속 밀어 붙여 대학서부터 대학원, 지금까지 무려 10년을 한결같이 컴퓨터 앞에서 자판기를 두드려야 하니 저게 무슨 꼴이냐고. 누나가 드디어 지쳐서 터져버렸단다(burn out ). 들어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일 년을 집에서 반 놈팽이 놀음을 하고 있는 자기 합리화 같기도 하다.
지난 일요일 딸이 말했다. 지금의 직장 생활에 의미를 두지 못하겠다고. 회사를 위해서가 아닌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했다. 너 마음이 그러면 다른 생각하지 말고 보람이 건져지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그 틈에 6개월 쯤 쉬어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지칠 만도 하다. 일주일 내내 퇴근 시간도 없이 집에까지 일감 갖고 와서 처리해야 하니 넌더리가 날 만도 하겠지.
저녁밥을 먹고 나서 또 딸과 마주 앉았다. 이제 생활에 Burn Out 되었냐고, 엄마 아빠가 네게 쉴 틈도 없이 몰아 부쳤느냐고 물었다. 딸은 고개를 흔들며 자기도 자기를 닦달 했단다. (I pushed myself, too.) 너가 첫째 아이라서 우리가 시행착오가 많았다. 미안하다. 했더니 그렇게 저렇게 어른들도 아이들도 함께 배우면서 살아가는 게 인생이란다. 말이라도 고마워서 그만 목이 메었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만 들어가면, 대학 가서는 졸업을 잘해 취직만 하면. 그러면 끝인 줄 알았더니 취직을 하고도 또 걱정이다. 결혼을 시켜도, 손주를 보아도 걱정이 끝이 없다는 선배들의 말을 생각하며 어디까지 가면 부모의 마음자리가 쉴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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