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애의 숨결.1-5
2008.12.22 11:56
한 생애의 숨결.1 / 강학희
어느날 친언니 같은 S언니
우연히 점심 먹자 들려 기다리던 병원 사무실
한 생애의 숨결1.
"누이 언제부터 기침을 그리했수?"
유심히 묻는 말에 "글쎄..."
"점심 먹고 들어와 가슴사진 찍어봅시다."
이 한마디가 삶의 갈림 길일 줄이야
그 가슴 사진 한장
다시는 들여다 보고싶지 않은 날
6개월의 시간은 참으로 억장 무너지는 나날
저편 불꽃 속 훨훨 타오른 한줌
쉰다섯해의 숨결
그녀는 끝내 왜냐고 묻지 않고
나는 오늘도 왜냐고 왜냐고
묻고 또 묻는데... .누구도 모르는 것을
누구도.
단지 산자만이 누릴 수 있는 독백인 것을.
한 생애의 숨결.2 / 강학희
한밤 중 고열로 까르륵 넘어가는
4살짜리 미야
세상에- 무슨 일인가? 응급실로 중환자실로
알 수 없는 생사기로에 뒤틀린 사지
누군가 결핵균을 옮긴 탓이란다
훗날 사흘 자고 간 친척의 입김이었음을
식구 함께 지낸 사연으로
무려 17년의 재활생활
이제 제 발로 걸어 제 손으로 쓴
리포트를 내는 여대생
무슨 연緣이어서
말랑한 아이 쇠처럼 달구시는가
통역하던 시절
덩달아 달구어지던 내 가슴 한쪽
쓰임목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닌 것을
아이는 이제 화알짝 웃는
빛의 천사가 되었다
고운 숨결 나누는 자원 봉사원의.
한 생애의 숨결.3 / 강학희
청천벽력
쉰생일 몇달 남기고 이제 급히 돌아오라
암세포에 쓰인 전령
아- 삶과 죽음, 종이 한장보다
얇은 것이었네
집 가까이 전학한
조카 아이 위문 온 친구들과 잠시
바닷바람 쐬러나갔다 사고로 부러진
다섯, 여섯번째 척추
이제 영원히 제 발로 설 수 없는 운명이라니...
무엇이 잘못된 건가 정신 없이 후려치는 못매
한달 후 휠체어타고
장지에 와 울부짖는 짐승울음에
아무도, 누구도 감히 소리내어 울 수 없던 날
억수 같은 비가 대신 울었다
그래도 하관식에 내려 오신
그대 옷자락 같은 오색무지개
우리 것 모두 당신 것이오니 단번에 다 거두어가시는
참으로 야멸차기도한 당신에게
무엇이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은 희미하나 눈뜨면 보게되는 당신의 뜻이언가
이제 수련의 과정 마치고
재활의학 의사가 되어
그들의 손발이 되어 살아가는 조카아이
삶의 의미는 고난의 강을 넘어
우뚝 섰을 때 그제야 보이는 찬란한 눈물빛 무지개
자만과 오기의 독을 다 빼어낸 흰 까운
오늘도 죽음과 삶의 강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숨결을
더듬는 한 생의 펄럭거림 제 손으로
휠췌어를 밀고가는 손길, 삶을 밀고가는 숨결
어루시는가? 매우 씩.씩.하다.
한 생애의 숨결.4 / 강학희
-꿈과 죽음의 문門안은?
누가 꿈의 문을 열면 환하다하였을까
먼 이국 땅 그 현실의 문 안은
S명문대를 나와도 라이센스있는 손이 아니면
너나 나나 다 남의 큰 회사의 작은 손
혹은 작은 내 가게의 큰 손이어야 하는 우리
손닳도록 발붓도록
잡화인지 시간인지 하루의 15시간을 파는 그녀
아랫층 가게와 윗층 살림집에 묵인
바람빠진 풍선 같은 미세스 풍
(가게에 묶인 풍선 같다 불려진...)
이제 겨우 틴에이저 아이들 대학가고
지치고 힘들어 몸살이라 들린 병원 사무실
그녀는 이제 영원히 쉬어야 하는 몸
그녀의 간은 더 이상 시간을 해독할 능력이 없다
더는 손쓸일 없는 날을 그녀는 내내 소리 없이
울기만, 울기만 하였다
두달을 못채운 울음으로 쉰두해의 집에 못을 박았다
그녀가 나올 수 없는 마지막 문으로 들어간 날
우리 모두는 숨쉴수 없을 만큼 먹고 마시고 울었다
그 뿐 할 일이 없었다
오직 취기 중에만 그녀를 만날 수 있었으므로
허망의 숨길 취하여 마시고 또 마셨다
우리 누구도 똑 같을 저 문을 부실 수 없었으므로.
한 생애의 숨결.5 / 강학희
퇴직 감사원 꼬장하시던 백할아버지
어느 날부터 머리 속에서 사라진 생각
현실을 지휘할 능력이 없어지셨다
그래도 놓아야 할 것과 도저히 놓을 수 없는 것 사이
무엇이 있는지
조강지처 "나 왔어요. 깜빡여봐요."
그 소리만 알아듣는, 혹은 다른 소리 듣고싶지 않은 숨결
한마디 할 수도, 설 수도 없는
죽어가는 세포 안 무엇이 남아 눈을 아직 깜빡이고 있는 걸까?
의식너머에서도 존재하는 집념 무엇일까?
병실 안 시리도록 아픈 냄새
끝내 끊어버리기 어려운 통증의 향기.
어느날 친언니 같은 S언니
우연히 점심 먹자 들려 기다리던 병원 사무실
한 생애의 숨결1.
"누이 언제부터 기침을 그리했수?"
유심히 묻는 말에 "글쎄..."
"점심 먹고 들어와 가슴사진 찍어봅시다."
이 한마디가 삶의 갈림 길일 줄이야
그 가슴 사진 한장
다시는 들여다 보고싶지 않은 날
6개월의 시간은 참으로 억장 무너지는 나날
저편 불꽃 속 훨훨 타오른 한줌
쉰다섯해의 숨결
그녀는 끝내 왜냐고 묻지 않고
나는 오늘도 왜냐고 왜냐고
묻고 또 묻는데... .누구도 모르는 것을
누구도.
단지 산자만이 누릴 수 있는 독백인 것을.
한 생애의 숨결.2 / 강학희
한밤 중 고열로 까르륵 넘어가는
4살짜리 미야
세상에- 무슨 일인가? 응급실로 중환자실로
알 수 없는 생사기로에 뒤틀린 사지
누군가 결핵균을 옮긴 탓이란다
훗날 사흘 자고 간 친척의 입김이었음을
식구 함께 지낸 사연으로
무려 17년의 재활생활
이제 제 발로 걸어 제 손으로 쓴
리포트를 내는 여대생
무슨 연緣이어서
말랑한 아이 쇠처럼 달구시는가
통역하던 시절
덩달아 달구어지던 내 가슴 한쪽
쓰임목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닌 것을
아이는 이제 화알짝 웃는
빛의 천사가 되었다
고운 숨결 나누는 자원 봉사원의.
한 생애의 숨결.3 / 강학희
청천벽력
쉰생일 몇달 남기고 이제 급히 돌아오라
암세포에 쓰인 전령
아- 삶과 죽음, 종이 한장보다
얇은 것이었네
집 가까이 전학한
조카 아이 위문 온 친구들과 잠시
바닷바람 쐬러나갔다 사고로 부러진
다섯, 여섯번째 척추
이제 영원히 제 발로 설 수 없는 운명이라니...
무엇이 잘못된 건가 정신 없이 후려치는 못매
한달 후 휠체어타고
장지에 와 울부짖는 짐승울음에
아무도, 누구도 감히 소리내어 울 수 없던 날
억수 같은 비가 대신 울었다
그래도 하관식에 내려 오신
그대 옷자락 같은 오색무지개
우리 것 모두 당신 것이오니 단번에 다 거두어가시는
참으로 야멸차기도한 당신에게
무엇이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은 희미하나 눈뜨면 보게되는 당신의 뜻이언가
이제 수련의 과정 마치고
재활의학 의사가 되어
그들의 손발이 되어 살아가는 조카아이
삶의 의미는 고난의 강을 넘어
우뚝 섰을 때 그제야 보이는 찬란한 눈물빛 무지개
자만과 오기의 독을 다 빼어낸 흰 까운
오늘도 죽음과 삶의 강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숨결을
더듬는 한 생의 펄럭거림 제 손으로
휠췌어를 밀고가는 손길, 삶을 밀고가는 숨결
어루시는가? 매우 씩.씩.하다.
한 생애의 숨결.4 / 강학희
-꿈과 죽음의 문門안은?
누가 꿈의 문을 열면 환하다하였을까
먼 이국 땅 그 현실의 문 안은
S명문대를 나와도 라이센스있는 손이 아니면
너나 나나 다 남의 큰 회사의 작은 손
혹은 작은 내 가게의 큰 손이어야 하는 우리
손닳도록 발붓도록
잡화인지 시간인지 하루의 15시간을 파는 그녀
아랫층 가게와 윗층 살림집에 묵인
바람빠진 풍선 같은 미세스 풍
(가게에 묶인 풍선 같다 불려진...)
이제 겨우 틴에이저 아이들 대학가고
지치고 힘들어 몸살이라 들린 병원 사무실
그녀는 이제 영원히 쉬어야 하는 몸
그녀의 간은 더 이상 시간을 해독할 능력이 없다
더는 손쓸일 없는 날을 그녀는 내내 소리 없이
울기만, 울기만 하였다
두달을 못채운 울음으로 쉰두해의 집에 못을 박았다
그녀가 나올 수 없는 마지막 문으로 들어간 날
우리 모두는 숨쉴수 없을 만큼 먹고 마시고 울었다
그 뿐 할 일이 없었다
오직 취기 중에만 그녀를 만날 수 있었으므로
허망의 숨길 취하여 마시고 또 마셨다
우리 누구도 똑 같을 저 문을 부실 수 없었으므로.
한 생애의 숨결.5 / 강학희
퇴직 감사원 꼬장하시던 백할아버지
어느 날부터 머리 속에서 사라진 생각
현실을 지휘할 능력이 없어지셨다
그래도 놓아야 할 것과 도저히 놓을 수 없는 것 사이
무엇이 있는지
조강지처 "나 왔어요. 깜빡여봐요."
그 소리만 알아듣는, 혹은 다른 소리 듣고싶지 않은 숨결
한마디 할 수도, 설 수도 없는
죽어가는 세포 안 무엇이 남아 눈을 아직 깜빡이고 있는 걸까?
의식너머에서도 존재하는 집념 무엇일까?
병실 안 시리도록 아픈 냄새
끝내 끊어버리기 어려운 통증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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