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삶으며
2006.04.27 12:12
빨래를 삶으며 /이정화
빨래를 삶는다
누렇게 바랜 삶의 기록들을
플라스틱 빨래판에 눕혀 놓고 빨랫 비누로 박박 치대고
옥시크린 반스푼과 브라이트 약간을 넣어서
가스불 위에 올려 놓고 은근히 오래도록 끓인다.
빨래를 삶는 시간은 조용히 나를 되돌아 보는
고요와 침묵의 시간
빨랫물이 넘치지 않게
가스불을 조절하면서 인내속에서 나를 단련하는
여유로운 한낮의 어느날
순백의 하얀색으로 거듭 태어난 빨래를 탁탁 털며
빨랫줄에 널면서 알 수 없는 슬픔에 목이 메인다
이제는 내 마음도 표백해야 하는 시간
묵은 때를 깨끗이 벗겨내고
가장 정결한 모습으로 그분에게 다가가야 하리
봄햇살에 잘게 부딪쳐 오는 시간의 파편들
나의 삶도 빨래처럼 하얗게 표백되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빨래를 삶는다
누렇게 바랜 삶의 기록들을
플라스틱 빨래판에 눕혀 놓고 빨랫 비누로 박박 치대고
옥시크린 반스푼과 브라이트 약간을 넣어서
가스불 위에 올려 놓고 은근히 오래도록 끓인다.
빨래를 삶는 시간은 조용히 나를 되돌아 보는
고요와 침묵의 시간
빨랫물이 넘치지 않게
가스불을 조절하면서 인내속에서 나를 단련하는
여유로운 한낮의 어느날
순백의 하얀색으로 거듭 태어난 빨래를 탁탁 털며
빨랫줄에 널면서 알 수 없는 슬픔에 목이 메인다
이제는 내 마음도 표백해야 하는 시간
묵은 때를 깨끗이 벗겨내고
가장 정결한 모습으로 그분에게 다가가야 하리
봄햇살에 잘게 부딪쳐 오는 시간의 파편들
나의 삶도 빨래처럼 하얗게 표백되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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