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換骨脫胎) / 강학희

2006.05.01 11:35

강학희 조회 수:295 추천:23

환골탈태 (換骨脫胎) / 강학희

하얀 옷깃을 보면
눈물이 난다 고모님 생각이 난다

평생 동정녀*로 사신 친정 고모님
겨우 50살 딸 같은 조카딸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시고  
한국으로 다시 나가실 때  
한번 써보지도 못한 아기집 같은
흰 동정만 십여개 남겨놓으셨다  

그 빳빳한 동정,
정갈한 여든 살 처녀 고모님

평생 쪼끔 삐뚤어진 치열 때문에
크게 웃진 않으셨어도 이젠 처음 보는
하늘신랑 앞에서 파안대소하실 것이다
틀 없는 자유일 것이다

흰 동정 고모님 그리운 날은    
뽀득뽀득 손빨래를 한다
뽀얗게 빨아 나를 건다
흰 속곳 눈부신 파안대소로
고모님을 만난다

하얀 옷깃을 보면
눈물이 난다 고모님이 보인다.

*동정(童貞) chastity; virginity;『가톨릭』 a si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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