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 마종기
2006.06.28 15:35
내집 / 마종기
물고기의 집은 물,
새들의 집은 하늘,
내 집은 땅, 혹은 빈 배,
물고기는 강물 소리에 잠들고
새들은 달무리에서 잠들고
나는 땅이 식은 몸서리에 잠든다
평생 눈 감지 못하는 물고기는
꿈 속에서 두 눈 감고 깊이 잠들고
잠자는 새들의 꿈은 나무에 떨어져
달 없는 한 밤에 잠든 나무를 깨운다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내 집은 땅의 귀,
모든 소리가 모여서 노는
내 집은 땅의 땀,
물속에 녹아 있는
소금과 번민과 기쁨과 열 받기
행복한 상징의 속살을 지니고
긴 산책에서 돌아오는
내 집은 땅,지상의 배,
저항하는 지상의 파도에 흔들리는
내 집은 위험한 고기잡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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