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나무 소의 눈으로 그리다

2007.05.08 20:58

최석화 조회 수:798 추천:43

생명의 나무 소의 눈으로 그리다

서울문학 편집인 최석화


  영혼의 무게를 느끼고 싶어 질 때 나는 홀로 여행을 한다.
내안의 나에게 작별을 고하는 엄숙한 시간 여행. 그것은 죽음의 예행연습이라고 말해두고 싶다. 집착과 버림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함인 것이다.
  낯선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마주 앉아 서로에게 자유로워 질수 있을 때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볼 수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간은 늘 현재를 망각한 채 자기의 낡은 옷은 벗어 버리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기를 원한다.
  
사람이란 외적 환경에 지배를 받기 때문에 싫든 좋든 옷을 걸치기 마련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자신의 몸을 치장하거나 장식을 단다는 것은 어쩜 외로움을 잊기 위한 몸부림인 것 같기도 하다. 어떠한 옷이든 마음대로 입었다가 마음대로 벗을 수 있는 게 사람이다, 자기의 기분에 따라 모양(디자인) 색깔의 변화를 즐기는 것도 사람이다.
그러나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마음의 옷을 벗는데 있다. 벗어버리고 알몸이 된다는 것은 진정한 기쁨과 자유를 가진다는 것이다. 벗고 나서야 비로소 소유의 단어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는 한없이 자유로워 보였다.
빠름을 지향하는 시대를 외면하고 자기의 속도대로 자신의 시간을 찾아 가는 현명함을 보여 주고 있었다.
소양호 안에 자리잡은 산막골, 산골마을 그곳에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육척 거구의 우안 최영식 화백이 느릿느릿 세상을 걸어가고 있었다.
거기엔 숨가쁜 일상도 삭막한 오늘도 한적한 더 한적한 자연에 흡수 되어 사방으로 바람이 통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에게 물었다고 했다.
“무섭지 않느냐.”
“외롭지 않느냐.”
그는 느리게 대답하고 있었다.
“사람이 대상이면 외롭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지요. 그러나 자연을 대상으로 하면 외롭거나 무서움 따위는 없지요.”
그는 8년 동안 승호대를 (스스로 이름 지워 준)밤에 즐겨 산책을 한다고 했다. 교교한 산속으로 자신을 맡기면 더없는 기쁨을 가슴 가득 안을 수 있다고 했다. 자연이 스승이자 친구요 자연이 나를 보호하니 너무 든든하다고 그믐밤 칠흑같은 어둠조차도 그는 두렵기보다 평안하다고 했다. 자연과 함께 서 있는 우안이야말로 함께 있는 것의 행복과 진정한 아름다움을 아는 것 같았다.
함께 있다는 것은 한곳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시선 즉 같은 방향성에 있는 것이다. 행복이란 이같이 지극히 단순한 것에 있는 게 아닐까?
  
숨 가쁨이 싫은 우안은 한가함 속에서 붓을 잡는다고 했다. 고요하고 여유로울 때 자신의 화선지에 자연그대로의 상태를 끌어 들일 수 있고 생명가치의 소중함을 표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림이 인간에게 주는 기쁨이란 근원적 의식의 한 부분을 자극하면서 거대한 힘을 치솟게 한다는 점과 그림자체가 감동의 너울(아우라)를 생성하게 한다는 점이다. 그림 속에는 추억과 삶의 흔적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며 인간의 과거 현재 미래를 투사 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어떤 하찮은 것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의미를 창조 할 수 있는 것이 화가들의 몫이 아니겠는가. 인간의 정서와 감동이 하나 된 그림이야말로 단순한 대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와의 교감을 통하여 새로운 세계를 보여줌으로 감상자(보는 사람)와의 소통의 통로를 열기도 한다.

  우안의 힘차고 속도감 있는 붓으로 그려낸 소나무는 자연의 곡선을 닮은 여유와 부드러움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은근과 끈기로 상처 난 자기 몸을 송진으로 스스로 치유 할 수 있는 자체 방어 능력을 갖춘 늘 푸른 소나무는 수 백 년을 한자리에 서 있으면서도 머물지 않는 아무리 거센 비바람도 스스로 몸 안으로 받아 삭혀내는 지혜를 가진 생명의 나무이다.
  소나무의 속성을 그대로 닮은 우안 최영식 화백은 지금도 산막골에서 세월을 그리며 소양호 뱃전에서 마중과 배웅의 손을 흔들며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다.
“늘어지면 고이는 게 있다.“ 라고 말하는 그는 자유롭다.
시대의 진정한 자유인이다.


*강선생님 서울문학 여름호 표지는 우안화백의 소나무 그림입니다.
춘천 산막골에 갔더니 우안 화백께서 강선생님 이야기를 하셔서 저도 함께
강선생님의 인품에 대하여 이야기 하며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왔어요.
이번 8월에 산막골에서 서울문학 시낭송을 예정하고 있으니 혹여 서울 오시면 전화주시길 바라며 우안화백의 작품에 대하여 어설픈 글 적어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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