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담坍

2008.10.02 22:13

최석화 조회 수:472 추천:48

고향의 담坍

                                          최 석 화













그는 내 어릴적 고향 친구다

오십 줄에 서울이란 얕은 산맥의 7부 능선에서

가쁜 호흡을 고를 때 만난 친구다

별 다방 미스리가 가져다준 카푸치노 커피 휘핑크림처럼

유리잔 가득 하얀 세월의 거품을 물고서 인사동 입구에서

신산한 고독을 어둠으로 위장한 채

흐려진 고향을 담을 함께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는 붉어진 눈자위를 훔치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오직 고향에 관한 풍문뿐이었다

내손을 꽉 움켜쥐고서 얼룩진 상처를 슬그머니 내려 놓고 있다




아더워쥐고있는손을빼내고싶다

지금이가장좋은때야

그만헤어지자고말해버릴까

고향에대해서는아무것도알고있지않아

알고있는게아무것도없어난한밤중에살짝도망쳐나왔어




무겁고 조용한 침묵이 흐른다

그는 먼 곳에서 따듯한 방이 그리워

기차를 타고 내렸다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에

플랫홈을 빠져 나오던 고향의 기적소리

검은 침목사이로 내려 쌓이는 눈발들 때문에

그의 손을 잡을 수 없다



습관처럼 한밤중에는 고향의 담을 찾아 헤맨다

똑같은 숨소리를 가지고 살아가야하는 우리들의 시선은

눈발 사이로 방향을 모른 채 날려가고 있다

이런 바보 같은 고향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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