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 황동규

2008.10.19 15:44

유봉희 조회 수:404 추천:48







    시월 - 황동규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 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3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4


    아늬,

    石燈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 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 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5


    낡은 단청 밖으론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내 며칠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이 비가 뿌려와서......

    절 뒷울 안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 보면

    낙엽 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기 시작한 등불들이 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6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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