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에 시집을 낸 시바타도요
2011.08.06 23:20
99세에 시집 출간
< 말 >
무심코 한 말이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 이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하늘>
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 밤 하늘 가득한 별
너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나>
침대 머리맡에 항상 놓아두는 것
작은 라디오, 약봉지 시를 쓰기 위한
노트와 연필 벽에는 달력
날짜 아래 찾아와 주는
도우미의 이름과 시간
빨간 동그라미는 아들 내외가 오는
날입니다 혼자 산 지 열 여덟 해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기쁜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 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어머니>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아흔 둘 나이가 되어도
어머니가 그리워
노인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 뵐 때마다
돌아오던 길의 괴롭던 마음
오래오래 딸을 배웅하던
어머니
구름이 몰려오던 하늘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
지금도 또렷한 기억
<아침은 올 거야>
혼자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그리고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난 불행해.......”
한숨을 쉬고 있는 당신에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틀림없이 아침 해가
비출 거야
시바타 도요는 올해 100세 할머니이다.
도요가 자신의 장례비용으로 모아둔 100만 엔을
털어 첫 시집 '약해 지지마'를 출판 100만 부가 돌파되어
지금 일본 열도를 감동 시키고 있다.
1911년 도치기시에서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난 도요는
열 살 무렵 가세가 기울어져 갑자기 학교를 그만 두었다.
이후 전통 료칸과 요리점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더부살이를 했다.
그런 와중에 20대에 결혼과 이혼의 아픔도 겪었다.
33세에 요리사 시바타 에이키치와 다시 결혼해 외아들을 낳았다.
그 후 재봉일 등 부업을 해가며 정직하게 살아왔다.
1992년 남편과 사별한 후 그녀는 우쓰노미야 시내에서
20년 가까이 홀로 생활 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말한다.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안으로 들어오게 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들어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인간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 했네.
배운 것도 없이 늘 가난했던 일생.
결혼에 한번 실패 했고 두 번째 남편과도 사별한 후
20년 가까이 혼자 살면서 너무 힘들어
죽으려고 한 적도 있었던 노파.
하지만 그 질곡 같은 인생을 헤쳐 살아오면서
100년을 살아온 그녀가
잔잔하게 들려주는 얘기에 사람들은
감동을 먹고 저마다의 삶을 추스르는 힘을 얻는다.
그 손으로 써낸 평범한 이야기가 지금 초 고령사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일본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제 그녀의 위로가 현해탄을 건너와 한국사람들에게
그리고 미국에도 전해져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인생이란 늘 지금부터야.
그리고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그러니 약해지지 마
...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31 | 오늘 밤 나는 가장... / 파블로 네루다 | 강학희 | 2014.03.18 | 222 |
130 | 桂林에 와서 / 秀峯 鄭用眞 | 강학희 | 2013.12.29 | 102 |
129 | 정용진 한영시선집 시모음 | 강학희 | 2013.06.30 | 244 |
128 | 나의 연인 융프라우 / 정용진 | 강학희 | 2012.07.24 | 180 |
127 | 박형준 /「별식(別食)」 | 강학희 | 2012.07.02 | 251 |
126 | 김수이/쓸 수 있거나 쓸 수 없는 | 강학희 | 2012.06.23 | 558 |
125 | 원주일지- 부재 / 안경라 | 강학희 | 2012.05.28 | 127 |
124 | 친구에게 바치는 시 - 김종성 - | 강학희 | 2012.01.30 | 200 |
123 | 나는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 용헤원 | 강학희 | 2012.01.30 | 299 |
» | 99세에 시집을 낸 시바타도요 | 강학희 | 2011.08.06 | 390 |
121 | 창틈으로 스며드는 달빛 / 정용진 | 강학희 | 2011.05.30 | 213 |
120 | 사랑 / 정용진 | 강학희 | 2011.05.19 | 234 |
119 | 시와 함께 | 강학희 | 2011.08.04 | 298 |
118 | 가슴에서 마음을 떼어버릴 수 있다면 | 자영 | 2010.10.01 | 262 |
117 | 죄송합니다. | 강학희 | 2010.07.13 | 311 |
116 | 시월 - 황동규 | 유봉희 | 2008.10.19 | 403 |
115 | 고향의 담坍 | 최석화 | 2008.10.02 | 472 |
114 | A Thousand Winds | 강학희 | 2008.09.08 | 482 |
113 | 이해인수녀님의 편지 | 강학희 | 2008.09.08 | 565 |
112 | 한없이 낯선 | 최석화 | 2008.05.19 | 3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