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바다로 가면

2003.06.08 15:36

강학희 조회 수:649 추천:45

바다, 바다로 가면/강학희

분노의 무리 망나니 춤추며 너울대면
기만(欺滿)하다 
기만하다 시퍼런 칼날 되어
바다, 바다로 가면
허옇게 밀려오는 물의 세상
억겁의 매 순간 다른 얼굴이어도 
배반이 없는 도시
급살맞은 물결 파도로 눕는다
시공(時空)을 잃고 
하늘과 바다 닿을 때까지 침수되면
그제야 익사체 하나 떠오르고
내 뭍의 도시 서서히 침몰을 시작한다

바다 보다도 깊은 가슴에 벼린 칼
하나 둘 수평선 너머 사라지는
태양 속으로 자맥질하고
물 속 깊이 누운 칼
별빛으로 잠잠한 빈 배 하나
유다의 도시에
만선의 노래 가락 들려주러
회항을 시작한다

* 미주 이민 100주년 기념 한인 문학 대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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