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합창

2003.06.09 18:25

강학희 조회 수:606 추천: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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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도하는 합창 / 강학희 

하나밖에 없는 언니의 죽음과 함께 시작했던 우리의 bible class는 장장 3년여의 대 장정(?)을 마치고, 나는 다시 합창대로 반을 옮겼다. 어느 면에선 성경도 합창도 내겐 거의 다름이 없었다. 둘 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심이 들고 마음이 흩어지면 말씀이 하나도 다가오지 못하듯, 합창을 할 때도 귀를 열고 눈과 입과, 마음으로 다 하지 못하면 진정 조화를 이룰 수 없다. 매주 수요일 우리의 성경공부는 매일 매일 닥치는 삶과 싸우며 마음의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지내온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창세기부터 시작된 class였지만 우리 부부는 전도서에서부터 join하게 됐었다. "참으로 헛되고 헛되다"로 시작하여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는 주님의 실체에 이르기 까지 참 많은 구절들을 읽었건만 남은 건 "난 아무것도 아니었 다는 것","하느님께 받은 은총밖에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 외엔,

매장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열리지 않아 애썼던 그 수많은 순간들, 주어진 오 선지 위에 있는 음표에 따라 한소리, 맞는 소리로 남의 소리와 화음을 맞추어 나가듯 기도했던 시간들.... 두가지가 다 내겐 같은 음으로 들려온다. 나를 버리고 남을 들으라는 소리로.

그동안 연주했던 "Mozart Coronation mass"곡이나 "Shubert Mass in G"가 이제 성경 공부를 마치고 보니 그들의 음악적 천재성보다 인간적 고뇌가 더욱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들은 참으로 열린 마음으로 주님께 기도 드리는 열정과 부 여 받은 음악성으로 이 곡들을 완성했으리라.

오랫만에 마치 고향에 돌아 온 듯 함께 소리를 맞추니 진정 주님께 건강한 신체 주심에 감사드리게 된다. 그리고 그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좋은 미사곡, 찬송가, 가곡들을 인도해 주신 지휘자, 반주자, 단원들의 삼박자가 마치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의 하느님 나라의 서곡처럼 들려온다.

주여, 기도하는 마음의 찬송을 들으시어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Kyrie eleison"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Christe eleison" (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 한국일보 '여성의 창' 컬럼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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