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캐뇬 목불木佛
2003.06.10 16:57
킹스캐뇬 목불木佛 / 강학희
*
이젠 육정의 끈마저 놓으라는가
이유 없이 무너지는 엄마
세상의 손으로 아무리 짜맞추어도
어그러지는 육신의 틀
끝내 쉰살배기 아버지, 언니와 합류하신다
문득, 숲은 사라지고 황량한 벌판이다
*
산도 물도 깊다는 킹스캐년 세코이아,
수천년 한 곳만 우러르는 삼나무 붉은 침묵
발등마다 늦동이로 돋아나고,
무심한 사람의 걸음에 뭉개어진 풀꽃무리
눈물만 축축한 묵음의 숲,
분별 없는 번개에 누운 고목
말없이 길 없는 길로 몸을 내어주고...
허망, 그 것은 어느 숲에나
누구나 다 깔고 앉아야 할 깔개였다.
*
그래도 꺼억 꺼억
마음 끝자락을 요동치는 멍텅구리 밥통
고프다고 칭얼대며 또 지나가자는 삶,
먼 듯 가까운 듯 쩌억- 쩍.
가슴 빠개는 숲의 소리 사이 사이
여전히 쌀알 같이 쏟아지는 햇살로 걸음을 낸다
징하게 질긴 푸른 숨,
애오라지 못 떠나는 해오라기 날개를 일으킨다.
시작 메모:
나의 아버님은 쉰 다섯에 간암으로 3개월만에 우리의 곁을 떠나가시고, 하나 뿐이었던 언니는
쉰 하나에 위암으로 11개월만에 나를 버리고 하늘로 돌아가셨다.
외할머님은 신여성으로 그 당시 드문 여성 사업가셨는데, 삼 남매,두 외삼촌과 외동딸 엄마를 두셨으나
전쟁 중 결핵으로 두 아들 모두 잃으시고, 본인도 갓 쉰에 하혈을 하시다 돌아가셨으니 아마도
자궁암이었을 것이다.
나의 언니는 얼굴은 엄마를 쏙 빼 닮았지만 속은 아버지를 닮았는지 암으로 돌아가시고,
나는 겉이 아버지를 쏙 빼 닮았지만 속은 엄마를 닮아 엄마와 난 여고 시절 결핵으로 고생을 했었다.
엄마는 결혼으로 이대를 중퇴하시어 돌아가시는 날 까지 공부하시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셔서 걸레보다는
늘 책을 손에 들고 계셨는데, 어느 날 느닷 없이 넘어지시어 골반이 수술도 할 수 없이 무너지셨다는
연락을 받고 한국에 나갔다가 생각보다 빨리 회복되시었다고 등을 미시는 엄마, 안심하라는 의사의
말씀만 믿고, 일주일 후의 매스터 코랄 합창단의 정해진 연주날 때문에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연주를 마친 날, 그 밤 엄마는 간병인도 잠든 사이 홀로 주님 곁으로 떠나가셨다.
돌아오는 날, 가라고 하셨으면서도 맘이 섭하셨는지 자꾸만 "비행기표 못 바꾸지-이?...."
"가야지-이?.... 더 있으면 안되지-이.....?" 낮은 음성으로 작게 혼자 말처럼 뇌이셨는데.....
그 연주, 그 비행기표가 무어라고 들고 돌아섰는지.....
가슴이 메어지는 날이면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바람소리로
"가야지.... 가야지...."
"더 있으면 안되지.... 안되지...." 자꾸만 울려온다.
아- 우리는 왜 이리 후회 할 일을 만드는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마음을 읽었더라면.....
가슴을 훑어내리는 허망함.....
*
이젠 육정의 끈마저 놓으라는가
이유 없이 무너지는 엄마
세상의 손으로 아무리 짜맞추어도
어그러지는 육신의 틀
끝내 쉰살배기 아버지, 언니와 합류하신다
문득, 숲은 사라지고 황량한 벌판이다
*
산도 물도 깊다는 킹스캐년 세코이아,
수천년 한 곳만 우러르는 삼나무 붉은 침묵
발등마다 늦동이로 돋아나고,
무심한 사람의 걸음에 뭉개어진 풀꽃무리
눈물만 축축한 묵음의 숲,
분별 없는 번개에 누운 고목
말없이 길 없는 길로 몸을 내어주고...
허망, 그 것은 어느 숲에나
누구나 다 깔고 앉아야 할 깔개였다.
*
그래도 꺼억 꺼억
마음 끝자락을 요동치는 멍텅구리 밥통
고프다고 칭얼대며 또 지나가자는 삶,
먼 듯 가까운 듯 쩌억- 쩍.
가슴 빠개는 숲의 소리 사이 사이
여전히 쌀알 같이 쏟아지는 햇살로 걸음을 낸다
징하게 질긴 푸른 숨,
애오라지 못 떠나는 해오라기 날개를 일으킨다.
시작 메모:
나의 아버님은 쉰 다섯에 간암으로 3개월만에 우리의 곁을 떠나가시고, 하나 뿐이었던 언니는
쉰 하나에 위암으로 11개월만에 나를 버리고 하늘로 돌아가셨다.
외할머님은 신여성으로 그 당시 드문 여성 사업가셨는데, 삼 남매,두 외삼촌과 외동딸 엄마를 두셨으나
전쟁 중 결핵으로 두 아들 모두 잃으시고, 본인도 갓 쉰에 하혈을 하시다 돌아가셨으니 아마도
자궁암이었을 것이다.
나의 언니는 얼굴은 엄마를 쏙 빼 닮았지만 속은 아버지를 닮았는지 암으로 돌아가시고,
나는 겉이 아버지를 쏙 빼 닮았지만 속은 엄마를 닮아 엄마와 난 여고 시절 결핵으로 고생을 했었다.
엄마는 결혼으로 이대를 중퇴하시어 돌아가시는 날 까지 공부하시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셔서 걸레보다는
늘 책을 손에 들고 계셨는데, 어느 날 느닷 없이 넘어지시어 골반이 수술도 할 수 없이 무너지셨다는
연락을 받고 한국에 나갔다가 생각보다 빨리 회복되시었다고 등을 미시는 엄마, 안심하라는 의사의
말씀만 믿고, 일주일 후의 매스터 코랄 합창단의 정해진 연주날 때문에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연주를 마친 날, 그 밤 엄마는 간병인도 잠든 사이 홀로 주님 곁으로 떠나가셨다.
돌아오는 날, 가라고 하셨으면서도 맘이 섭하셨는지 자꾸만 "비행기표 못 바꾸지-이?...."
"가야지-이?.... 더 있으면 안되지-이.....?" 낮은 음성으로 작게 혼자 말처럼 뇌이셨는데.....
그 연주, 그 비행기표가 무어라고 들고 돌아섰는지.....
가슴이 메어지는 날이면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바람소리로
"가야지.... 가야지...."
"더 있으면 안되지.... 안되지...." 자꾸만 울려온다.
아- 우리는 왜 이리 후회 할 일을 만드는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마음을 읽었더라면.....
가슴을 훑어내리는 허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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