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合)이면?
2003.07.02 19:30
합(合)이면?/강학희
우리는 대개 5월 초에서 8월 말까지 참 많은 청첩장을 받게 된다.
요즈음은 조금 바뀌긴했지만, 예전엔 집과 사무실로 각각 배달 된 똑같은 청첩장,
때론 남편에게 한 장, 내게 한 장, 이렇게 면식만 있으면 동포라는
그리움 때문인지 난발 된 청첩장들을 많이 받곤 했었다.
어떤 땐 보낸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이름이어서 몹시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요즈음엔 결혼의 양상이 많이 바뀌어 큰 호텔의 볼룸에서 컨트리 클럽등의
가든 파티식으로 할 수 있는 아늑한 곳으로, 또 초청객도 부모와 면식이 있는
사회적 관계의 손님들보다 아이를 잘 알고 있는 가까운 친척이나 친지로
형식보다 의미의 위주로 바뀌어 가니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일전에 대부님 댁 여식의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용감히(?) 집에서 가든 형식으로
진행하여 매우 친근감이 가는 결혼식이었다. 어릴 때부터 보아서인지 아이들이 커서
부모의 둥지를 떠나가는 게 마치 우리가 늙어감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것도 같아
잠시 세월의 무상함에 빠지긴했지만...
주례신부님의 좋은 말씀에 그 것도 잠시 뿐이었다.
신부님께선 결혼은 하나와 하나를 더하여 다시 하나를 만드는(1+1=1),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생활이라시며, 서로 각자가 나의 반쪽을 버리지 못하면 도저히 가능하지않은 공식
[(1-1/2)+(1-1/2)=1]이라하시니, 가히 여기에 우리 결혼 생활의 묘약이 다 들어 있는 듯하다.
하느님은 우리 각자를 완전한 인간으로 만드신 것 같지는 않다. 보시니 참 좋긴하셨지만...
그런데도 우리 주변엔 완벽한 사람을 찾느라고, 혹은 상대를 그렇게 만들려고
아웅다웅하다 서로를 망쳐버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결혼이 처음부터 두 사람을 합하기 위해서 시작했다는 걸 상기하기만 한다면,
즉 우리 각자가 한 사람으로써 만점에 가까워지려고 하거나 나를 고집하는 아집만 버린다면,
50점짜리 반쪽씩 만의 합만으로도 쉽게 만점짜리(1+1=1)의 人生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되리라.
-한국일보 여성의 창에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위의 글을 쓰고 나서 쓴 시가 하나 더하기 하나입니다.
하나 더하기 하나 / 강학희
하나와 하나 만나 둘이 되는 건
공책 속 답입니다
하나와 하나 만나 하나 되는 건
인생 속 답입니다
하나가 깨져서 소수점이 되면
과학의 계산 혼돈이오지만
하나가 깨져서 소수점이 되면
세상의 계산 용이해집니다
옹근 하나 깨어져야
다른 하나 들어서는데
서로 깨지지 않고 단단한 채
제 것 안 깨뜨리고 하나 되려다
기쁘나 슬프나
잡기로 한 손 밀치고
제 땅 조금 더 넓히기 머리로 셈하다
토라져 붉어진 마음
칼로 물베기 말로 물베기 되어
금그어 놓은 이부자리
하나가 하나 만나 하나가 되지 못하고
둘이 따로 따로 차가운 밤입니다
2
땅 따먹기 싸움
하늘 아래 제일 지겨운 싸움입니다
작은 지붕 밑 땅 따먹기 싸움이 멎어야
큰 지붕 밑 땅 따먹기 싸움이 그치는데
이 아래 집도 들썩
저 아래 마을도 들썩
하루 잠잠하면
다음 날 또 쿵쾅
저 동네, 이 나라, 저 반도, 이 대륙
말로 싸우다 비행기로 싸우다
핵 폭탄이냐 생화학 균이냐
이불 밑 싸움 하늘 밑 싸움 됩니다
서로 미안한 줄은 알아
상도 주고 돈도 주어가며
숨긴 마음 들킬세라
말려가며 부축이며 땅 따먹기 싸움입니다
가만히 지켜 보고 계신 분
처음엔 기가 막혀 달래시다
나중에 정말로 화나셔셔
다시 내쳐버리실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대개 5월 초에서 8월 말까지 참 많은 청첩장을 받게 된다.
요즈음은 조금 바뀌긴했지만, 예전엔 집과 사무실로 각각 배달 된 똑같은 청첩장,
때론 남편에게 한 장, 내게 한 장, 이렇게 면식만 있으면 동포라는
그리움 때문인지 난발 된 청첩장들을 많이 받곤 했었다.
어떤 땐 보낸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이름이어서 몹시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요즈음엔 결혼의 양상이 많이 바뀌어 큰 호텔의 볼룸에서 컨트리 클럽등의
가든 파티식으로 할 수 있는 아늑한 곳으로, 또 초청객도 부모와 면식이 있는
사회적 관계의 손님들보다 아이를 잘 알고 있는 가까운 친척이나 친지로
형식보다 의미의 위주로 바뀌어 가니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일전에 대부님 댁 여식의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용감히(?) 집에서 가든 형식으로
진행하여 매우 친근감이 가는 결혼식이었다. 어릴 때부터 보아서인지 아이들이 커서
부모의 둥지를 떠나가는 게 마치 우리가 늙어감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것도 같아
잠시 세월의 무상함에 빠지긴했지만...
주례신부님의 좋은 말씀에 그 것도 잠시 뿐이었다.
신부님께선 결혼은 하나와 하나를 더하여 다시 하나를 만드는(1+1=1),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생활이라시며, 서로 각자가 나의 반쪽을 버리지 못하면 도저히 가능하지않은 공식
[(1-1/2)+(1-1/2)=1]이라하시니, 가히 여기에 우리 결혼 생활의 묘약이 다 들어 있는 듯하다.
하느님은 우리 각자를 완전한 인간으로 만드신 것 같지는 않다. 보시니 참 좋긴하셨지만...
그런데도 우리 주변엔 완벽한 사람을 찾느라고, 혹은 상대를 그렇게 만들려고
아웅다웅하다 서로를 망쳐버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결혼이 처음부터 두 사람을 합하기 위해서 시작했다는 걸 상기하기만 한다면,
즉 우리 각자가 한 사람으로써 만점에 가까워지려고 하거나 나를 고집하는 아집만 버린다면,
50점짜리 반쪽씩 만의 합만으로도 쉽게 만점짜리(1+1=1)의 人生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되리라.
-한국일보 여성의 창에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위의 글을 쓰고 나서 쓴 시가 하나 더하기 하나입니다.
하나 더하기 하나 / 강학희
하나와 하나 만나 둘이 되는 건
공책 속 답입니다
하나와 하나 만나 하나 되는 건
인생 속 답입니다
하나가 깨져서 소수점이 되면
과학의 계산 혼돈이오지만
하나가 깨져서 소수점이 되면
세상의 계산 용이해집니다
옹근 하나 깨어져야
다른 하나 들어서는데
서로 깨지지 않고 단단한 채
제 것 안 깨뜨리고 하나 되려다
기쁘나 슬프나
잡기로 한 손 밀치고
제 땅 조금 더 넓히기 머리로 셈하다
토라져 붉어진 마음
칼로 물베기 말로 물베기 되어
금그어 놓은 이부자리
하나가 하나 만나 하나가 되지 못하고
둘이 따로 따로 차가운 밤입니다
2
땅 따먹기 싸움
하늘 아래 제일 지겨운 싸움입니다
작은 지붕 밑 땅 따먹기 싸움이 멎어야
큰 지붕 밑 땅 따먹기 싸움이 그치는데
이 아래 집도 들썩
저 아래 마을도 들썩
하루 잠잠하면
다음 날 또 쿵쾅
저 동네, 이 나라, 저 반도, 이 대륙
말로 싸우다 비행기로 싸우다
핵 폭탄이냐 생화학 균이냐
이불 밑 싸움 하늘 밑 싸움 됩니다
서로 미안한 줄은 알아
상도 주고 돈도 주어가며
숨긴 마음 들킬세라
말려가며 부축이며 땅 따먹기 싸움입니다
가만히 지켜 보고 계신 분
처음엔 기가 막혀 달래시다
나중에 정말로 화나셔셔
다시 내쳐버리실지도 모릅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시집 : 오늘도 나는 알맞게 떠있다 | 강학희 | 2012.11.27 | 1318 |
63 | 겉살과 속살의 연관성에 대하여 | 강학희 | 2005.11.05 | 540 |
62 | 들녘의 방 | 강학희 | 2003.12.28 | 532 |
61 | 여름아! | 강학희 | 2003.08.13 | 531 |
60 | 울어도 괜찮다고 말해줘 | 강학희 | 2004.07.26 | 530 |
59 | 전선주, 너를 보면... | 강학희 | 2004.11.23 | 529 |
58 | 마운튼 샤스타에서 | 강학희 | 2005.11.05 | 522 |
57 | 돌아 온 고향 | 강학희 | 2003.11.06 | 520 |
56 | 심통이 나누나 | 강학희 | 2003.06.10 | 519 |
» | 합(合)이면? | 강학희 | 2003.07.02 | 508 |
54 | 업보(業報) | 강학희 | 2003.06.09 | 503 |
53 | 사슴 | 강학희 | 2004.11.23 | 501 |
52 | 짧은 단상(單想)을 나누며... | 강학희 | 2004.07.26 | 494 |
51 | 요즘 나는, | 강학희 | 2004.09.16 | 492 |
50 | 우리 무엇으로 만나리... | 강학희 | 2003.06.15 | 492 |
49 | 굴러가는 것은 | 강학희 | 2004.12.27 | 485 |
48 | 앞과 뒤 | 강학희 | 2005.03.10 | 484 |
47 | 사랑이여 | 강학희 | 2004.01.02 | 482 |
46 | 희망의 뿌리는 어디에도 내린다 | 강학희 | 2004.10.30 | 481 |
45 | 꽃눈으로 보면 | 강학희 | 2005.08.31 | 468 |
44 | 석류 | 강학희 | 2003.12.03 | 4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