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아있는 건 축복이다

2003.07.15 15:29

강학희 조회 수:601 추천:53

아직 살아있는 건 축복이다 / 강학희

서늘한 한기에
곁으로 바짝 다가가 몸을 포갠다
둥.둑. 둥둑.둥.둑. 태고의 두 북소리
냉기를 허문다.  

너무나 당연한 지존知存의 박동 비트
이보다 더 목메이는 음률이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가깝기도
세상에서 가장 멀기도 했던 두 몸 사이
퉁탁이는 우선 멈춤의 해제解制 소리
이 보다 더 큰 축복이 무엇이랴.

잠못들던 밤
그래도 "한 밤만 더 자 보아라" 하시던 음성
간격과 간격 다툼도
살아있지 않고서야 어찌하랴
이 밤 잠 못들고 서성이는 그대여,
부디 몸과 몸을 대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두 북소리를 들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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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어깨 위로 드는 냉기에 이불을 여미며
곁의 반쪽에 다가가 따뜻한 등판을 끌어안는다.
온 몸으로 쫘악 퍼지는 피의 온기....
살아 있음을 실감케한다.
등판에 얼굴을 묻고 킁킁 살냄새를 맡으면 뿌듯하게 퍼지는
푸근함. 껴 안을 누군가 있음의 안도.

가만히 눈을 감고 생명의 풀기를 흠뻑 들이마시는 새벽의 행복.
잠시 왔다가는 인연이라도 함께 있음이 고마운 어느 새벽은
살아 있음을 감격케 한다.
우리 무엇이길래 살을 섞고 삶을 나누게 하시는가?
내 날이 얼마든, 더 열심히 누군가의 따스함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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