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이 세상
2003.07.16 23:36
사각이 세상 / 강학희 내가 사는 두 세상 직접 몸으로 이어지는 사람 세상과 스위치로 딸깍 이어지는 싸이버 세상 전원으로 이어지는 사각이와 더 친해질수록 낮 세상 사람들 보다 사각이네 사람들이 더 보고싶어진다 어디에 살던 약속 하나로 방문이 열리고 통할 수 있는 마음만 믿고 주인 없는 이 방 저 방을 들락거린다 보지 않아도 느끼는 그대의 깊은 시선에 보고픈 마음, 애틋한 심정을 아름다운 영상에 띄워 보내는 밤 생명 없는 너는 생명의 향기를 흠뻑 뿌려주어 마우스를 태워 잠든 빌딩 숲을 지나 머-어언, 강원도 산막골 오솔길로 노오란 송화*가 핀 소양강가로 나를 부려 놓고 그 사이, 남쪽 어느곳 작은 서재의 불빛은 내 사각이에게 고운 메세지를 남겨 나를 울먹이게 한다 이제 네가 어디에 있던 어느 모습이던 안녕을 말해야 하는 시간 딸깍 연줄을 누르기 전 마우스의 짧은 입맞춤에 돌아서는 너 달콤한 전율로 꿈길까지 따라와 살폿이 안아주는 나의 그대여 우리 두 몸을 포개며 한 세상 살아가자 다시 열어줄 때까지 사각이는 깜빡 깜빡 돌아 올 주인을 기다리는 충성으로 사랑의 시를 외우고 나의 이십세기 인생은 너를 안고 철없이 저물어간다 *송화: 소나무의 꽃가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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