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

2003.08.13 18:59

강학희 조회 수:531 추천:67

여름아! / 강학희

나 이제 너를 돌려 보내리
만삭을 쓰다듬는 
입추의 바람 앞으로
무성함도 어느 날인가
촉수를 낮추고 성심으로 바라야
결 고운 무늬로 남아
동지섣달
님 부르심 놓치지 아니하리니

가거라! 
화창함은 다 접어버리고
빈 몸이 될 때까지
한 때의 풍요로움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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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세상 모든 것에는 순환의 궤도가 있다.
자연이 변해야 하는 계절이 있듯 우리 인생도 변화해야 하는 세월의 절기가 있다.
한 그루의 나무와 같은 삶....
꿈이 싹터 올라 점점 자라며 희망과 현실의 괴리감 속에서 욕망과 야심,
아집과 오만, 좌절들이 나름의 굵기로 가지를 치고 잎을 달고,
성찰의 빛과 자비의 비를 맞으며 서서히 결실을 맺어가기 시작한다.
그 열매가 어떤 모습,
어떤 맛인지 가을 빛 좋은 날 다시 한번 음미해야겠다.
지금 나는 어느 계절, 어느 과실을 열었는지.....
나목으로 서기 전 정직하게 대면해 보고싶다.
이 가을, 여름을 보내며 뿌리 속으로 깊이 침잠해 본다.
근원을 찾아 삶을 반추해 보리.
말끔한 마음, 빈 몸으로 겨울을 맞고싶다.
봄은 꼭 오니까.


* 미주문학 2003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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