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꽃보다 나무가 더 아름다운 건...
2004.10.16 07:12
가을, 꽃보다 나무가 더 아름다운 건.../ 강학희
가을, 꽃보다 나무가 더 아름다운 건 나무마다 제 살 피(皮)에 찬란한 순간들을 그려내는 빛 때문이리
바라보기에도 아릿한 열 개, 백 개, 천 개의 다 다른 색으로 제 마음을 드러내는 살점들, 황홀한 빛 물결은 가야 할 것을 아는 나무의 처연함이다 말자해도 번번이 브르르 떨리는 가슴에 발을 더 깊이 묻는 나무의 뿌리 때문이리
가을, 꽃보다 나무가 더 아름다운 건 매번 다 벗겨도 매번 제 속을 훨훨 태우는 나무의 성심 때문이리 찢기지 않고 보이려는 사람의 얕은 속마음을 생각에 잠기게 하기 때문이리
생각에 잠긴 나무는 아름답다 깊은 생각일 수록 더 아름다운 빛이다 로댕의 뜰에는 분명 생각 깊은 나무가 있었으리< 그가 가도 그가 남은 건 깊은 생각 때문이었으리. SF 펜문학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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