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허리끈
2003.10.15 15:18
할머니의 허리끈 / 강학희
시원히 여름을 풀어낸 빨래 돛달고 흘러가는 깊고 푸른 하늘 바다
출렁이는 빛무리 유영(流永)하는 허리 위로
에고, 개운타! 힘들제 살림은 그리 허리 힘으로 하는 게야...
빨래 함지박보다 가벼우셨어도 남정네 없이도 한숨 꽉 졸라매고 흔들림없이 종가 살림 해내신 할머니 음성,
뽀득 뽀득 빨간 발로 빨래 밟는 소리 구름따라 흘러흘러 하늘바다에 닿았을까 할머니- 할-머-니-이-!
아, 이 나이에야 곤한 시대 멍들도록 졸라매던 할머니 마음의 끈이 보이다니, 벌떡 일어나 할머니처럼 치마말기 질끈 동여매고 억척스레 남은 빨래 다 빨고나니 빨래가 서럽지 않다 사는 일조차 무섭지가 않다
할머니와 내가 동여맨 이 끄나풀, 그 건 어쩜 하늘에서 내린 삶의 동아줄이었나 놓을 수 없는 편편찮은 내 자존심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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