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맺히는가?

2003.11.01 15:14

강학희 조회 수:372 추천:52

 
fall_07.jpg




열매 맺히는가?... / 강학희


꽃이 피어 향기로운 동안
감각 잃은 취기에
예뻐라 고와라
너무 온정(溫情)만 부었을까?

가을을 다 떨구도록
기다려도 기다려도 꼭지 떨군 자리
빈 자리엔 향기만 아련하니

너무 고운 사랑엔
면역이 없다는 걸,

긁힘도 없이 말끔한 자리, 매끄러운 곳엔
안착할 틈이 없다는 걸,

서러운 날, 고스란히 떠맡은 몰매의
핏빛 살피 떼어내야 한이 흘러난다는 걸,

한 자락 한 자락 기별도 없는 이별 후에야
만취한 사랑 속에
그리 많은 눈물이 있다는 걸...

늦 깎이의 떨리는 손길
여과 없이 쏟아지는 햇빛 속으로
짝지어 보내는 외아들을 겨우 떠나 보냈다.

가을을 타고 넘는 봄 바람의 아득함,
진자리에 알 몸으로 누워
긴 꽃대궁 타고 오를 안타까운 수정 란卵의
몸짓에 촉촉해지는 꽃샘의 빈 자궁,
꾸역꾸역 솟아오르는 잉태의 헛구역질. 

그 가을엔...
그 가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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