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반점 흰나비 사랑

2006.07.16 03:19

강학희 조회 수:1219 추천:87

검은 반점 흰나비 사랑 / 강학희

18가 노인 아파트 B동
물러터진 팔 순 김할머니 홀로 돌아가셨다
한평 방구석에 던져진
한토막 나무, 썩어 곰팡이 핀 통나무의
밑빠진벌레*처럼 옹크린 채
한 때는 뽀얗을 앙가슴 뜯어내고 저며낸
사흘의 적토만 굳건하다

답신 없는 토막 편지
기다림에 피맺힌 손가락 마디 마디
품 너른 하이얀 비단으로
한발 두발 둘둘 감싸인 채 한 칸 방에 누운 어미,

꼬치누에 나방의 서러워, 서러운 기다림은
단잠의 그리움이었던가
이제라도 품을 찾아드는
애벌레들 반기는 영정 속 눈마중도 화안하다

어느 결, 검은 반점 흰나비 한마리 하이얀 백합꽃 떠나
팔락팔락 문상을 받는다
잠시 비단 날개 팔락이다 제 자리로 돌아간다
비몽과 사몽 사이로


*밑빠진벌레: Sap beatle, 쉬거나 발효된 식물 즙,
썩은 과일, 곰팡이가 핀 통나무, 균류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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