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주담(酒談)

2003.11.22 01:56

강학희 조회 수:443 추천: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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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주담(酒談) / 강학희

잔 안의 세상은 늘 흔들리고 있었다
굴절된 시야는
현란한 어지럼증에 멀미를 내고
잊을 수만 있다면....두눈을 감아도
울렁거림은 멈춰지지 않았다

밤새 혼돈의 잔 부딪고, 넘어지고,
자상(自傷)으로 널브러져
문득 올려다 본 하늘
속을 거의 다 쏟아낸 그믐이었다.

잔의 속성은 다 같았다
밖으로 나돌던 시선
스스로 돌아와 눈을 감는다
안과 밖의 괴리(乖離),
엄청난 착각이었다

쏟지 않고 채우려던 날은 고통이었다
채우고 넘치지 않으려던 날은 더
고통이었다
이루어지지 않는 꿈은 더욱 더 큰
고통이었다
만월은 고통의 빛인 걸 그제야 알았다
아름다운 걸 보면
가슴이 쓰린 이유가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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