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만나다

2004.07.26 11:20

강학희 조회 수:417 추천:45

그리움을 만나다 / 강학희

580번 출구,해리슨 거리 모퉁이                                                     
도로변 자그마한 풀숲에는                                                          
심은 것 위에 심지 않은 것이 무성하다

넥타이를 맨 깨끗한 차림의 남자
무언가 허겁지겁 따먹는다 먼지 채 먹는다
저건, 흘낏 보아도 분명                                                           
새까맣게 농익은 오디,
도심 한가운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흐드러진 옛 맛을 
입술 퍼렇도록 따먹는 벽안의 청년,
먼지도 약인 줄 아는 그,
그는 누구인가
이 아침 그를 부른 허기는 무엇일가
입술이 퍼렇도록 진달래 따먹던  
내 그리움의 데쟈뷰,                                                            
지금 막 빨간 신호를 스쳐 지나간다                                                
 
어느 세월, 어느 길숲에서 
허걱허걱 따먹는 저 눈맞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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