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난간에 걸린 남자
2004.07.26 11:58
하늘 난간에 걸린 남자/ 강학희
오늘이 그날 같이 그날이 오늘 같이
거미줄을 헤치며 간다, 가지 않으면 먹힐 듯 쉬지 않고 가도 출구조차 막혀있는 길, 정차인지 정원인지 아리송한 Park* 출구 하늘 난간에 배를 대고 유유히 한 주먹씩 팝콘을 털어넣는 남자 팝콘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한번도 맛보지 못한 저 누그러진 맛은 어떤 것일까?
한줌씩 햇살에 팝콘을 비벼먹는 고도高道, 하늘 난간의 남자 아침 빛살의 후광으로 그의 하늘 실루엣이 눈부시다 팝콘을 눈처럼 흩날리며 아침을 먹는 하늘 난간에 걸린 남자 세상을 밟고 있는 건지, 세상에서 발을 뗀 것인지 나는
자동차에 브레이크를 거는건지, 내 삶에 브레이크를 거는건지
차들이 덜컹거린다, 머뭇머뭇 바라보다 나도 덜컹 흔들리다 달린다, 서 있으면 먹힐 듯 쏜살같이 거미줄을 헤치며 간다
오늘이 그날 같이 그날이 오늘 같이
*park:주차 또는 공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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