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뿌리는 어디에도 내린다
2004.10.30 12:00
희망의 뿌리는 어디에도 내린다 /강학희
새 병원 건물 6층과 7층 사이
매끈한 몸통에 파란 반점,
새파란 풀꽃이 돋았다
한치의 오차도 하락하지 않는,
기계의 판정만 믿는 초현대식 완벽한 몸에도
틈새는 있었던 거다
씨방을 안고 나르던 홑씨 하나의 눈에
포착된 그 틈새만큼
과학에도 사람의 냄새가 있었던 거다
하루, 8640초 매 순간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날선 그의 몸에
물구나무로 허공을 살아내는
한가닥의 뿌리
오늘도 절망의 늪에서 건져진 사람 몇이나 될까
이제 내게 나있는 틈새를 부끄러워는 않으리
이 자리 없이 네가 어찌 뿌리내릴 수 있으랴
바로 네가 들어설 틈새, 그 어딘들
푸름이 익을 땅, 녹색의 삶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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