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2004.10.09 00:39

강학희 조회 수:418 추천: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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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 강학희


그것은 참으로 가늠 할 수 없이
길고도 먼 강
나는 넘쳐도 흘러가지 못하는
시퍼런 강물이었다

갈대가 꽃을 피우고 그 꽃마저
다 흩날려 빈몸으로 울 때까지
나는 서걱이는
그의 몸을 맴돌며 머물었다

봄, 여름, 가을지나
참으로 모작스런 겨울 바람 앞에
가슴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한 장의 거울, 비로써 소망의 물결
갈밭을 떠나 바다로 향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지 팔을 풀고
깃털 하나 날리는 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안다
아직도 바스럭이는 저 강가의 갈대
헤어짐의 상처, 만남이라는 새 이름,
어느 것도 잡지 않는다는 걸...
그와의 길고도 먼 포옹 참으로
따스했다는 걸...

기다림, 그는 비록 쓸쓸한 몸이지만
뜨거운 갈망이 발효된
아득한 취기의 향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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