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2004.10.09 00:39

강학희 조회 수:418 추천:59



pimg_76877510363838.jpg


 
기다림... / 강학희


그것은 참으로 가늠 할 수 없이
길고도 먼 강
나는 넘쳐도 흘러가지 못하는
시퍼런 강물이었다

갈대가 꽃을 피우고 그 꽃마저
다 흩날려 빈몸으로 울 때까지
나는 서걱이는
그의 몸을 맴돌며 머물었다

봄, 여름, 가을지나
참으로 모작스런 겨울 바람 앞에
가슴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한 장의 거울, 비로써 소망의 물결
갈밭을 떠나 바다로 향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지 팔을 풀고
깃털 하나 날리는 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안다
아직도 바스럭이는 저 강가의 갈대
헤어짐의 상처, 만남이라는 새 이름,
어느 것도 잡지 않는다는 걸...
그와의 길고도 먼 포옹 참으로
따스했다는 걸...

기다림, 그는 비록 쓸쓸한 몸이지만
뜨거운 갈망이 발효된
아득한 취기의 향낭이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시집 : 오늘도 나는 알맞게 떠있다 강학희 2012.11.27 1317
103 비상과 낙하, 그 분기점에서 강학희 2004.10.30 768
102 죤의 행복, Good day 강학희 2004.10.30 566
101 기忌제사를 맞으며 강학희 2005.06.12 651
100 소나무 강학희 2006.02.02 1214
99 가을 밤에는... 강학희 2004.10.10 393
» 기다림... 강학희 2004.10.09 418
97 장례식에서 강학희 2004.09.26 587
96 가을에 띄운 편지 강학희 2004.09.23 606
95 희망의 뿌리는 어디에도 내린다 강학희 2004.10.30 481
94 강학희 2004.09.16 440
93 정갈한 수저 두벌 강학희 2004.09.11 884
92 목어 풍경 강학희 2004.11.23 459
91 먼 그대는 아름답다 강학희 2004.08.26 609
90 허공의 꽃 강학희 2004.08.26 465
89 종이새 강학희 2004.08.26 435
88 머리카락 보일라 강학희 2007.11.19 1511
87 요즘 나는, 강학희 2004.09.16 492
86 짧은 단상(單想)을 나누며... 강학희 2004.07.26 494
85 고모님과 동정 강학희 2004.09.16 417
84 하늘 난간에 걸린 남자 강학희 2004.07.26 459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1
어제:
0
전체:
61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