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고픈 사랑에 대하여
2005.08.31 12:53
겨울, 고픈 사랑에 대하여... / 강학희 지구도 몸을 삭힐 사이가 없었을까 미처 언 가슴 녹이지도 못한 채 성근 얼음덩이로 몸을 턴다 아직 바스락거리는 기억의 파편들 겨울 문턱을 조급히 서성여도 한 장의 카드로도 돌아오지 않는 매정한 당신 비로써, 기다림을 여미고 아쉬움의 끈을 놓으면 그제야 허허한 공복으로 눕는 그대 그래, 겨울엔 허기로 헐거워진 허리춤 추스르며 고픔을 열심히 다독여 볼 일이다 안과 밖, 열기의 차이로 습한 가슴 닦아내며 끝내 고픔을 견디어 볼 일이다 아, 고픔은 당신께 내미는 화해의 첫 번째 악수, 찔림 같은 쩌릿한 전율 너는 내 사랑의 가시이다 이젠 생장을 멈추고 빈 몸의 뿌리를 돌보는 겨울 또다시 기다림을 입히는 겨울 나목 부디 겨울엔 성급히 악수하지 말고 배고픈 향낭을 깊이 보듬어보자 나는, 핏빛 멍울 익히고 환희의 꽃을 해산하는 한 그루의 벚나무 새 봄의 길목을 눈시리게 밝히기도 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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