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속눈섭처럼 예쁜 동창들

2008.11.07 02:49

김희주 조회 수:671 추천:36

토끼 속눈섭처럼 예쁜 동창들 (중앙일보 2/3/07)  
글쓴이: kimheejooh 조회수 : 40 07.02.06 04:49 http://cafe.daum.net/bntu3/Co0u/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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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토끼 속눈섭처럼 예쁜 동창들






가는 해 오는 해의 길목에서 분주했던 1월도 지나가고 벌써 새로운 2월을 맞이하게 됐다. 바쁜 일 다 지내고 좀 차분한 새해를 맞이 하자고 여고 동창회에선 1월 마지막 토요일에 신년 모임을 가졌다. 1년에 한 번씩 모여 동문들의 얼굴도 보고 정담도 나누면서 이민생활에 활력을 더하고 싶었다.

부부 동반 혹은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들어선 연회장은 그동안 못다 나눈 인사로 시끌벅적했다. 30대에서 80대를 누비는 폭 넓은 연령대이지만 어느 누구 하나 나이 차를 느끼지 못하는 모두 똑 같은 18세의 여고생들이다.

부인들의 동창회에 동석한 남편들은 "운전 기사로 왔습니다" "얹혀서 왔습니다"등의 인사를 나누더니 어느새 친해져 그들의 마음 또한 고교 시절로 돌아가 금방 남녀 공학이 되었다.

식순에 따라 애국가 미국 국가 교가 제창이 있을 땐 모두 숙연한 마음으로 내 나라 이 나라 모교 사랑을 가슴 깊이 느끼는 촉촉한 시간이 됐다.

식사가 끝나고 여흥 순서로 들어 갔다. 재치있는 후배 남편 두 분의 진행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폭소가 터지곤 했다.

평소 때 그렇게 점잖은 분들이 부인들이 준비해 온 각국 의상과 분장으로 패션쇼를 연출할 땐 일류 여성모델을 능가하는 워킹과 제스처로 장내를 온통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모든 참석자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개인적인 체면과 위신을 던져 버리고 열심히 협조 해 주는 남편들의 모습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부인에 대한 사랑은 물론이고 흥미 이상의 진한 감동을 주었다.

입시 경쟁이 치열할 때 그 관문을 뚫고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여 책 벌레 공부 벌레로 학업에 전념하면서 오로지 성적 순위가 행복 순위가 되는 줄만 알았다. 그리고 가슴에는 아름다운 무지개 꿈만 가득안고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냈다.

모교의 나이가 80세로 접어 든 문턱에서 우린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행복의 순위가 성적도 아니고 재물도 아니고 또한 미모도 아니라는 것을 세월이 가르쳐 주었다.

모두들 자기 특유의 독특한 색깔로 각 분야에서 전심전력을 다 하며 그 고유의 색깔들이 앉을 자리에 앉아 아래 위 색깔들과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 낸 아름다운 무지개 색깔 그 무지개 꿈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는 뿌듯한 자부심도 들었다.

내 것이 제일이 아니고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아닌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으로 다가오는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그 동안 사는데 바빠 소식 모르던 친구들 어느 누가 어려운 일이 있다면 내 일처럼 달려가 위로하고 마음 나눌 그런 계기가 되어 여간 반갑지가 않았다.

모든 행사가 마무리 될 즈음 정말 예쁜 60대 소녀인 부인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 '토끼 속눈섭 같은 아내'라고 소개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던 어느 동문 남편의 진솔한 고백에 늙어가는 아쉬움에 위축됐던 마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 말 한 마디에 용기를 얻은 동문들은 더욱 더 가치있는 일에 자신을 투자해 보겠다는 각오로 미소 띤 얼굴 흐뭇한 가슴을 안고 어두운 빗길을 달리며 집으로 향했다.

김희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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