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또 한 해가 간다
2008.11.07 05:26
친구야, 또 한 해가 간다.
김 희 주
올 한 해도 다 갔네.
무엇하고 또 이렇게 세월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무심한 것 같네.
먹고 사는 게 무엇인지 허둥대다 보니까 나이만 눈덩이처럼 불어
나고 있다.
그래도 씩씩하게 잘 살고 있는 너의 모습 보면 마음 뿌듯하다.
나, 자고 있는 사이에 산타처럼 향긋한 사과 두고 갔구나.
해 마다 그냥 지나치지 않는 너의 마음 받고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 은퇴하면 시간 갖고 지나 간 얘기나 나누면서 차츰 우리도 먼저 떠난
경애 아빠 만날 준비나 하자. 세월이 너무 빠르구나. 너의 남편 땅에 묻고
오던 날 한 참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우리도 그 날이 따박따박 다가오네. 그래도 넌 신앙생활 잘 하고 있으니 두려울 게 뭐 있겠나?
나도 이제 나이 드니 비울 것은 다 비우고 마음 편하게 살고 있다.
애탕지탕 하였던 게 모두 욕심에서 나온 것 같다. 아무것도 소용없는 일에
참 많이도 마음 빼앗기면서 명예와 재물 자식 농사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고 살았다. 나이 60이 넘으면 모든 게 평준화란다. 미모도 지식도
재물도 명예도 그것이 그것이라고 생각되는 나이라는 유머가 그냥 장난기
로만 받아 들여 지지만 않는 얘기들에 고개를 끄덕인다.
아름다운 노년은 예술이라 하지 않았던가?
친구야,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 듯 마음에 닿는 시를 쓰듯 우리 그렇게
아름다운 노년을 만들어 가자. 마음을 꽃밭 가꾸듯 가꾸어 나가자.
그러다가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시면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이 세상 소풍 다
끝내고 미소 한 벌 걸치고 사랑하던 이름안고 훌훌히 떠나자.
이 한 해가 끝나는 날 이런 맘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새해엔 복 많이 받고 건강하고 좋은 일만 있어라.
2006년 12월을 보내며 친구 희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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