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 빈 껍질
2008.11.11 00:01
우렁이 빈 껍질
김 희 주
알에서 깨어 날 때
엄마는
이 세상 모두를 차지한
승전가를 불렀다
조금씩 조금씩
떼어 먹이는 엄마의 살
날름날름 받아 먹으며
자라나는 아가의 모습에서
자신이 허물어 지는
아픔도, 고통도 기쁨이었다
내게도 아직은
텅텅 비어 버렸지만
하이얀 치매로 가득 찬
구순의 껍질 하나 있다
둥둥 떠내려 갈까봐
가슴 조이는 새끼 우렁이
반쯤이나 비워 진
그의 껍질 속에서 들려오는
또 하나의 소리
엄마!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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