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날에

2010.05.08 19:39

김희주 조회 수:560 추천:73

        촉촉한 날에
                           김 희 주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엔
        낡아 헤진 추억을
        땡겨 덮고
        꼼지락 꼼지락 발장난을 치고 싶다

        벌겋게 태워버린
        지난 이야기들
        솔솔 군불 냄새로 올라온다

        더러는
        불붙지 못한 청솔가지
        매캐한 연기
        매운 눈물만 쏘옥 빼어놓는다

        그 눈물 방울에
        동동 조각추억이 떠내려간다
        금방이라도 불쑥 부르고 싶은 이름들
        하얀 거품만 남기고 사라진다

        다 떠나고 난 새까만 빈 가슴에
        불을 지펴
        아픔 한 겹
        슬픔 두 겹
        지글지글 삼겹살을 구워낸다

        촉촉하다
        너무 축축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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