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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감기몸살

  

동아줄 김태수



불꽃들 꽃잎 없이 빛나는 환상 속에

이기심 피워 내고 뽐내며 계속 남아

가쁜 숨 몰아쉬며 화려하게 버티고

죽은 듯 고요해도 숨 쉬는 생명체들

자연 속 연결고리 끊기면 돌연변이

스스로 거듭나려 바동대며 버티고

물줄기 돌려놓아 피고름 흐르는 강

길 잃어 헤매다가 녹초된 녹조라떼

수천 년 이어온 길 다시 가려 버티고

눌러대는 손전화 기지국 전자파에

꿀벌은 방향 잃고 길 찾다 비명횡사

기다리다 지친 꽃 고사하며 버티고

산허리 상처 밟고 우뚝 선 시멘트벽

바람길 막아서고 당당하게 버티고

으스스 감기몸살 콧물은 홍수 되고

고열은 무더위로 오한은 강추위로

재채기 태풍 되어 신음하며 버티고

문명 꽃 새록새록 싱싱히 피어날 때

면역 꽃 시름시름 시들며 지는데도

오늘도 환경 호르몬 중독된 채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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