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에게 하는 사랑 고백
빛을 내지 않으면서도 받는 대로 돌려주며
몫을 챙기지 않아 줆도 그침도 없고
혼자 있을 때에도
낮 빛에 밀려 무시당해도
기다리고 채워 아낌없이 내어주고 있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둠이 찾아와서 말했지요
캄캄할 때에는 불 밝혀야 한다고
욕망의 불을 밝히기 시작했어요
하고 싶은 일 원 없이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둠 속으로 적당히 몸을 숨기기도 하면서
당신은 필요할 때만 찾게 되었어요
오히려 내 은밀함이 드러날 것 같으면 멀리했지요
다만 내 불빛을 유지하기 위해선 뭔가 태워야만 했어요
갈수록 내가 가진 걸 자꾸 태워 없애야 한다는 게 싫었어요
어둠의 행실을 떨쳐버리지 못할 두려움이 밀려왔지요
그때 당신이 다가와 나를 그냥 안았어요
당신은 이름만 빌렸을 뿐 원래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빛이었어요
스스로 부신 빛을 삭여 은은하게 머물며
공평하게 내어주는 사랑이었지요
당신이 내 안에서 차고 기욺에 따라 명암을 엮어
끊임없이 거듭나는 삶이 되게 하네요
이젠 다시 맞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태우며 살아야겠어요
보존하려 아끼며 쌓아둘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이름과 재산과 건강과 능력과 관계도
때 되면 유효기간 안에서 다 내어주는
한 사랑을 위한 소모품이어야겠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닮아가겠지요
멀리 있으면서도 가까이 내 맘을 비추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시
2014.06.23 05:28
달님에게 하는 사랑고백[맑은누리 14년 여름호]
조회 수 409 추천 수 35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소설 | 김태수 약력 | 동아줄 김태수 | 2016.11.11 | 634 |
49 | 시 | 망망대해[나성문학 12년 창간호] | 동아줄 | 2011.12.05 | 611 |
48 | 시 | 말[맑은누리문학 12년 여름호] | 동아줄 | 2011.12.05 | 709 |
47 | 시조 | 만두 | 동아줄 김태수 | 2018.07.06 | 140 |
46 | 시 | 라면 | 김태수 | 2011.12.05 | 509 |
45 | 시조 | 된서리[중부문예 12년 11월 24호] | 동아줄 | 2012.11.29 | 400 |
44 | 행시 | 동행 | 동아줄 | 2013.08.15 | 307 |
43 | 시 | 동창 카페[맑은누리문학 14년 여름호] | 동아줄 | 2012.08.18 | 736 |
42 | 시 | 돋보기 | 동아줄 | 2012.03.02 | 576 |
41 | 시 | 독이 있는 버섯 | 동아줄 김태수 | 2011.12.15 | 607 |
40 | 시조 행시 | 대통령 선거 | 동아줄 김태수 | 2017.05.01 | 58 |
39 | 시조 | 당신의 뜻이라면 | 동아줄 김태수 | 2017.11.15 | 205 |
38 | 시조 | 당면 | 동아줄 | 2013.07.11 | 296 |
37 | 행시 | 달빛 그림자 | 동아줄 | 2014.09.11 | 139 |
» | 시 | 달님에게 하는 사랑고백[맑은누리 14년 여름호] | 동아줄 | 2014.06.23 | 409 |
35 | 시조 | 눈들의 모습[2017년 외지] | 동아줄 김태수 | 2017.03.20 | 77 |
34 | 시 | 눈꽃[맑은누리문학 13년 신년호] | 동아줄 | 2012.07.09 | 699 |
33 | 시 | 눈꽃 세상 피우기 위해 | 동아줄 김태수 | 2012.02.02 | 552 |
32 | 행시 | 너와 내가 | 동아줄 | 2013.04.27 | 422 |
31 | 시 | 낚시에 걸린 연어[미주문학 신인상, 11년 가을호] | 동아줄 | 2011.12.05 | 598 |
30 | 시조 행시 | 낙엽[2016 미주문학 가을호][2016 현대문학사조 가을호] | 동아줄 | 2014.11.13 | 345 |